주식매매대금 청구소송 1심서 788억 지급 판결롯데관광개발 제주 리조트 사업에 대규모 투자 중면세업 위축으로 동화면세점 청산 가능성 거론
국내 최초 시내면세점인 동화면세점이 존폐 기로에 섰다. 최대주주인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이 최근 호텔신라와의 소송 1심에서 패소, 호텔신라에 수백억을 상환해야 하지만 사실상 변제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김 회장이 이번 소송 결과에 대해 항소를 제기할 전망이나 최악의 경우 동화면세점의 청산 가능성도 거론된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김 회장은 이날 자신을 상대로 호텔신라가 제기한 주식매매대금 청구소송 1심에서 패소했다. 이에 김 회장은 호텔신라에 788억1047만원을 지급해야 한다.
이번 소송의 핵심은 김 회장과 호텔신라가 동화면세점의 지분 30.2%를 서로 갖지 않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호텔신라가 2013년 김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롯데관광개발의 용산개발사업 부실 해결을 위해 600억원을 빌려줬는데, 3년 후 김 회장이 이를 상환할 수 없다며 담보로 설정돼 있던 동화면세점 지분 30.2%를 호텔신라에 가져가라고 요구했다. 호텔신라는 동화면세점 지분을 받을 수 없으니 돈을 내놓으라는 소송을 2017년 제기해 3년 여만인 이날 1심 판결에서 승소했다.
김 회장은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막내 여동생인 신정희 동화면세점 대표의 남편이다. 롯데관광개발 최대주주이며, 지난해 말 기준 동화면세점 지분 41.7%를 보유한 최대주주기도 하다.
김 회장과 호텔신라 사이의 갈등이 본격화한 2016년부터 면세업계에서는 동화면세점이 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파다했다. 김 회장이 호텔신라에 지분 30.2%를 가져가라고 요구한 것이 사실상 경영권을 포기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호텔신라가 만약 김 회장으로부터 30.2%의 지분을 넘겨받았다면 기존 지분 19.9%를 합쳐 지분율이 50% 넘어 경영권이 넘어가는 상황이었다.
이번 1심 결과가 그대로 확정된다면 김 회장은 호텔신라에 수백억원의 돈을 돌려주고 담보로 설정됐던 30.2%의 지분을 계속 보유해야 한다. 물론 김 회장이 700억원이 넘는 돈을 변제할 능력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김 회장이 보유중인 롯데관광개발 주식가치는 이날 종가 기준으로 2500억원이 넘는다. 김 회장이 롯데관광개발 지분을 일부 정리해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김 회장이 이 같은 방식으로 현금을 마련하는 것은 현재 상황으로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김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롯데관광개발이 최근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 사업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리조트는 김 회장이 사활을 걸고 있는 사업인 만큼 차라리 동화면세점을 포기할 가능성이 크지 않겠냐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최근 동화면세점의 실적이 크게 악화한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면세시장이 위축된 만큼 김 회장이 동화면세점을 청산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동화면세점은 1973년 설립된 국내 최초의 시내면세점이다. 중견면세점이지만 루이뷔통 등 명품 브랜드들이 입점해 있고, 광화문 사거리라는 입지를 바탕으로 크게 성장해왔다. 그러나 서울에 대기업 시내면세점이 우후죽순 생겨난 2015년 이후 실적이 크게 악화했고, 2017년에는 구찌, 루이뷔통 등 주요 명품 매장이 철수하고 영업시간도 단축하는 등 위기가 시작됐다.
실제로 동화면세점의 매출액은 지난 2016년 3549억원에서 지난해 2933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동화면세점은 2016년 적자 전환했는데, 이때부터 2019년까지 4년간 누적 적자 638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 기준 자본총계가 마이너스로 돌아서며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다만 동화면세점이 국내 1호 시내 면세점으로 의미가 크고 김 회장이 면세업에 대한 애정이 매우 깊은 것으로 알려진 만큼, 당장 면세업을 포기하기보다는 항소를 포함한 추가적인 자구책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hij@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