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드레아스 안토노폴로스. 이미지=antonopoulos.com
블록체인계의 교과서로도 널리 알려진 <마스터링 비트코인(Mastering Bitcoin)>과 <마스터링 이더리움(Mastering Ethereum)>의 저자 안드레아스 안토노폴로스(Andreas M. Antonopoulos)가 지난 주말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블록체인 이더리움 커뮤니티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분란과 분열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이더리움 개발자와 해커 수천 명이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 모여 이더리움의 미래를 논의한 이더리움 덴버(ETHDenver) 행사에서 안토노폴로스는 기조연설자로 나서 ‘멈춰 세울 수 없는 코드(unstoppable code)’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멈춰 세울 수 없는 코드를 멈추려는 시도 자체를 하지 말아라. 우리가 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고, 여기에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하자.”
안토노폴로스는 이어 코인데스크와의 인터뷰에서 이더리움 커뮤니티를 향한 당부의 말을 전했다.
“커뮤니티가 갈라서고 나뉘는 것을 특히 경계해야 한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사람들은 편협해지기 십상이고, 서로의 공통점에 집중하기보다 차이점에 과도하게 초점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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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어 이더리움의 고유 토큰인 이더(ETH)의 가치가 1,100 달러까지 올랐다가 100달러를 간신히 웃도는 수준까지 폭락한 시장 상황도 이더리움 커뮤니티에서 내분이 일어나는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즉, 시장이 침체되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더욱 온라인에서 실랑이를 벌인다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하락장의 정점 혹은 상승장의 저점을 지날 때 위협을 느끼며 불안해하고, 이때 가장 극단적인 분열이 일어난다. 원래 모든 것이 알아서 잘 굴러갈 때는 남들과 어울리고 협력하기도 어렵지 않은 법이다. 반대로 위기가 오면 간단한 문제에서부터 뜻을 모으고 힘을 합치기가 여간 쉽지 않아진다. 이럴 때일수록 차이점보다 공통점, 공통의 목표에 집중해야 한다.”
그는 또 향후 이더리움 프로젝트를 이끄는 인물들이 부당한 공격을 받게 되면 다른 사람보다 커뮤니티 구성원들이 앞장서서 이를 막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방관자 효과(bystander effect)는 전염성이 매우 크다. 누군가 나서지 않으면 나도 쉽게 나서게 되지 않는다. 하지만 동시에 누구 한 명이 먼저 나서면 또 어렵지 않게 동참하며 문제가 금방 해결되기도 한다.”
예언
안토노폴로스의 발언은 지난주 이더리움 핵심 개발자 아프리 쉐던이 자신이 개발하고 있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에 대한 비방과 자신에 대한 인신공격을 이기지 못하고 프로젝트에서 손을 떼겠다고 선언한 뒤 나온 것이라 더 의미가 있다.
쉐던은 지난 14일 트위터에 폴카돗(Polkadot)과 이더리움을 비교하는 글을 올렸고, 이에 비난이 물밀 듯이 쏟아지자 이더리움 세계를 아예 떠나겠다고 선언했다. 폴카돗은 자체 암호화폐를 가진 블록체인 상호호환성 프로토콜이다.
이미 이더리움 개발자와 관계자 수십 명이 “자유로운 논의를 가로막는 폭압적인 발언이나 행동”을 멈춰달라는 내용의 공동 호소문을 내놓기도 했다.
더 나은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수많은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우리는 개발자 개인을 향한 인신공격이나 위협을 그 어떤 경우에도 용납할 수 없으며, 디지털 커뮤니티에 내에서 벌어지는 폭압적인 행동들을 단호히 배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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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비영리 기관인 이더리움 재단의 커뮤니티 매니저를 포함한 이더리움 이해관계자들도 쉐던을 향한 온라인상의 비방을 맹렬히 비난했다. 업계 주요 인물들도 트위터와 레딧을 통해 온라인에서 증오를 표출하는 이들을 고발하고 배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안토노폴로스가 보기에는 건강한 커뮤니티가 취해야 할 행동이란 이렇게 커뮤니티를 위해 일하는 이들을 향한 부당한 공격을 다 함께 막아주는 것이었다. 안토노폴로스는 암호화폐 커뮤니티뿐 아니라 다른 모든 커뮤니티에도 해당하는 원칙이라고 말했다.
“말은 역사를 바꾼다. 누군가를 돕고 지지할 때는 힘이나 강압, 폭력이 아니라 합리적 생각과 논리, 말을 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그들이 강압과 폭력에 맞서 논리와 말로 자기 자신과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를 지켜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