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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대출 기업 제네시스 글로벌 캐피털(Genesis Global Capital)이 지난해 빌려주거나 대출해주기 위해 받은 총액이 11억 달러, 우리돈 1조 2,220억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장외거래 전문업체 제네시스 글로벌 트레이딩(Genesis Global Trading)의 자회사인 제네시스 캐피털은 지난 30일 “디지털 자산 대출 현황”을 발표했다.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집행한 대출 및 보관 금액이 약 5억 달러였는데, 비슷한 액수를 10월부터 12월까지 또 집행해 4분기에 특히 대출이 급증했다.
“지난해 (암호화폐) 파생상품 시장의 성장에 힘입어 디지털 통화를 대출하거나 빌려주려는 고객이 뚜렷하게 늘어났다.”제네시스의 CEO 마이클 모로는 내림세가 계속된 암호화폐 시장 덕분에 대출이 오히려 더 늘어났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락장이 계속되면서 특히 공매도 포지션을 취하는, 즉 암호화폐를 팔려는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암호화폐나 신용화폐로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점점 높아졌다는 것이다. 제네시스 캐피털은 4분기에 들어서야 신용화폐 대출 서비스를 시작했다.
제네시스는 지난해 총 6억 3,800만 달러를 대출해줬고, 4억 7,500만 달러를 고객으로부터 대출용으로 빌렸다. 현재 약 1억 5,300만 달러 정도를 대출해준 상태다. 대출한 화폐의 비율을 보면 비트코인이 약 60%를 차지해 1위였고, XRP가 약 20%로 그 뒤를 이었다.
디지털 자산 대출 현황은 제네시스의 대출 장부를 좀 더 자세히 분석해 암호화폐 대출 시장의 흐름을 조명하기도 했는데, CEO 모로는 그 가운데 공매도 포지션을 취한 투자자들은 여러 암호화폐의 가격 하락과 큰 상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제네시스 캐피털은 이더리움을 예로 들어 공매도 포지션을 취하는 투자자와 암호화폐의 가격 하락 사이의 관계를 분석했는데, 흔히 알려진 것과는 반대 상황이 벌어졌다.
“투자자들은 매도 주문을 넣을 때 이더리움 가격이 어느 정도 내리기를 기다렸다가 가격이 내려가기 시작하면 그때 주문을 넣는다. 즉, 공매도 주문 때문에 가격이 내린다고 보기 어렵다는 뜻이다. 오히려 투자자들은 내려가는 가격에 업혀 가는 형국인데, 공매도 포지션 때문에 가격이 더 가파르게 내린다는 분석은 일리가 있지만, 애초에 가격이 하락하는 원인을 공매도 주문을 넣는 투자자에게 돌리는 것은 잘못된 분석인 셈이다.”
모로는 이런 투자자들을 “흐름에 따라 거래하는 트레이더”라고 불렀다. 암호화폐를 팔기 전에 가격의 흐름을 살펴보고 기다렸던 흐름이 나타나면 그때 주문을 넣기 때문이다.
“2019년 암호화폐 대출 시장도 결국, 암호화폐 가격의 향배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암호화폐 가격이 안정세를 보인다면 투자자들은 계속해서 암호화폐를 빌려 공매도 주문을 넣고 차익을 실현하려 할 것이다. 암호화폐 가격이 오른다면 이런 식으로 대출을 받아 공매도 주문을 넣는 트레이더는 사라지겠지만, 반대로 암호화폐 가격이 내리면 이런 거래는 더욱 활성화될 수 있다.”
모로는 이어 암호화폐 업계의 다른 업체들과 달리 제네시스 캐피털은 ‘암호화폐 겨울’을 나면서 단 한 명의 직원도 해고하지 않은 이유로 제네시스가 많은 인력을 한꺼번에 고용하지 않고, 천천히 몸집을 불린 점을 꼽았다. 그 결과 제네시스 캐피털은 현재 오히려 개발자를 더 뽑고 유럽과 아시아를 담당할 인력을 충원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모로는 앞으로 몇 년간 서서히 암호화폐 시장이 회복되면 암호화폐를 빌려 공매도 주문을 넣는 투자자는 줄어들겠지만, 전체적으로 제네시스 캐피털이 사업을 펼 기회는 여러모로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앞으로 한 2년 정도는 암호화폐 겨울이 계속될 수 있다. 암호화폐 업계 종사자로서 암호화폐 겨울이 그렇게 오래 갈 것이라는 예측이 달갑지는 않지만, 어쨌든 우리는 그 정도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