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코인데스크
이더리움의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이 이더리움 블록체인의 프라이버시를 강화하기 위해 ‘미니멀 믹서 디자인(Minimal Mixer Design)’을 제안했다.
부테린은 22일 해크MD(HackMD) 홈페이지에 “프라이버시 강화를 위한 첫걸음을 떼야 한다”라는 글과 함께 이더리움 블록체인에서 사용자들이 자신의 활동 내역을 드러내지 않고 거래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미니멀 믹서 디자인은 고정된 양의 이더(ETH)를 전송하는 사용자의 지갑 주소가 남에게 드러나지 않도록 하는 기능이다.
부테린은 앞으로 이더리움 블록체인을 이용할 때 두 가지 프라이버시 설정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는 “기본 설정”으로 지정된 계좌를 통해 이더를 주고받는 것이다. 이 경우 사용자의 모든 활동 내역은 블록체인상에 완전히 공개된다. 두 번째는 하나가 아닌 여러 개의 계좌와 지갑 주소를 이용해 거래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사용자 활동 내역을 완벽하게 감출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
“특정 주소에 이더를 보내기 위해 실행하는 거래들을 통해 여러 거래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이더리움 블록체인에는 ‘혼합 장부(mixer registry)’와 ‘중개 장부(relayer registry)’라는 두 개의 스마트계약이 생성된다. 이를 통해 사용자들은 자신이 특정 거래의 주체라는 사실을 숨길 수 있는 이른바 ‘익명성 집단(anonymity set)’ 기능을 이용해 거래를 실행할 수 있다.
부테린은 코인데스크에 보낸 이메일에서 이를 좀 더 자세히 설명했다.
“익명성 집단은 쉽게 말해 특정 거래의 주체일 가능성이 있는 사용자들을 모아둔 집단이다. 예를 들어 내가 어떤 사용자에게 이더 1개를 보냈다고 하자. 내가 속한 익명성 집단에는 나와 앨리스, 밥, 그리고 찰리 이렇게 네 명이 있다. 내가 보낸 이더를 받은 사용자는 네 명 중 누가 실제로 그 이더를 보낸 것인지 알 수 없다. 익명성 집단에 포함된 사용자가 많을수록 프라이버시는 더욱 강화된다.”
부테린은 이어 미니멀 믹서 디자인을 도입하기 위해 이더리움 프로토콜을 변경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하면서 이를 당장 가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스타트업 그노시스(Gnosis)의 제품 연구원 에릭 코너 역시 이번에 부테린이 제시한 디자인이 기존 이더리움 블록체인에 손쉽게 접목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한 차원 높은 프라이버시를 원하는 사용자들의 요구를 곧바로 충족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기존에 있던 사용자 지갑에 바로 접목해 사용할 수 있는 솔루션을 찾는 것이 목표였다.”
다만 부테린이 제시한 미니멀 믹서 디자인을 통해 거래하기 위해서는 가스(gas)를 수수료로 내야 한다. 그러나 부테린은 믹서 기능을 이용하는 참여자들에게 수수료는 그다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트위터에 썼다.
“미니멀 믹서 디자인을 이용하는 거래는 보통 특정 지갑에 이더를 전송하는 1회성 거래가 될 것이다. 이렇게 하면 사용자가 보유한 토큰이 모두 든 지갑 주소를 드러내지 않고 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 가스 200만 개가 수수료치고는 비싼 편이지만, 한 번만 지불하면 되는 수수료인 만큼 사용자로서는 꼭 나쁘다고 할 수 없는 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