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셔터스톡
스테이블코인 테더 토큰(USDT)를 발행하는 회사 테더(Tether) 법률자문위원회가 테더의 가치를 담보하는 예치금 가운데 달러화를 비롯한 현금 또는 현금 등가물(cash equivalent)은 74%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테더의 법률자문위원장인 스튜어트 회그너는 지난달 30일 뉴욕주 검찰에 보낸 변론서에서 테더가 21억 달러에 달하는 예치금을 현금과 단기증권 형태로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그너는 테더와 함께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파이넥스의 법률자문위원회도 이끌고 있다. 모회사 아이파이넥스(iFinex)의 계열사인 비트파이넥스와 테더는 이밖에도 다른 임원과 주주가 겹친다.
지난주 뉴욕 검찰은 비트파이넥스가 8억 5천만 달러 규모의 경영상 손실을 메우려 6억 달러 넘는 돈을 계열사인 테더로부터 빌렸고, 이 과정을 주주와 고객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는 혐의로 비트파이넥스와 테더를 기소했다. 뉴욕 검찰은 또 비트파이넥스와 테더가 뉴욕 주민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도록 조처하라는 법원 명령을 받았다고 밝혔다. 해당 법원 명령에는 비트파이넥스와 테더가 명령에 이의가 있으면 3일까지 소명 자료를 제출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회그너는 “테더 토큰 보유자들의 자산은 위험하지 않다”라는 부제를 단 변론서를 통해 테더 토큰의 예치금이 100% 현금 또는 즉시 현금으로 교환할 수 있는 유동 자산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 문서에 서명하는 4월 30일 현재 테더는 현금 또는 현금 등가물(단기증권)로 21억 달러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전체 발행돼 유통 중인 테더 토큰의 74% 정도 가치에 해당하는 액수다.”
테더의 블록을 검색할 수 있는 옴니 익스플로러(Omni Explorer) 자료를 보면, 현재 약 28억 달러어치 테더 토큰이 유통되고 있다.
“예치금 100% 아니어도 괜찮다”
한편 법무법인 모건 루이스의 조 필립스 변호사는 테더 측을 변호하기 위해 제출한 추가 변론서에서 테더가 발행한 모든 토큰에 준하는 양의 예치금을 마련해두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했다.
“뉴욕 검찰은 테더가 비트파이넥스에 신용 대출로 빌려준 돈을 즉시 동결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테더 예치금의 유동성을 크게 약화시켜 테더 토큰을 보유한 이들이 테더를 법정화폐로 교환할 때 어려움을 겪는 등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뉴욕 검찰은 기본적으로 테더가 토큰 한 개당 1달러의 현금을 정확히 보유하고 있어야만 한다고 믿는 듯한데, 이는 사실 여러 방면에서 근거가 부족한, 잘못된 믿음이다.”
필립스는 또 테더와 비트파이넥스가 체결한 신용 대출 계약이 시장의 기준에 비춰봤을 때 합리적인 수준에서 체결됐다고 설명했다. 두 회사가 별도의 독립적인 법률 자문을 받아가며 계약을 협상하고 대출에 합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비트파이넥스에 비판적인 트위터 유저 Bifinex’ed가 지적한 것처럼, 테더와 비트파이넥스의 신용대출 계약서에 양쪽 대표로 서명한 사람이 지안카를로 데바시니(Giancarlo Devasini) 1명 뿐이라는 점은 계속해서 논란을 낳고 있다.
회그너도 필립스의 주장처럼 테더와 비트파이넥스는 독립적으로 대출 관련 내용과 규정을 심사하고 협상에 임했다고 말했다. 또한, 테더가 보유한 스테이블코인 예치금이 발행한 토큰을 전부 바꿔줄 수 있는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은 이미 웹사이트를 통해 밝혔기 때문에 문제 될 것 없다고 주장했다.
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
회그너는 이어 비트파이넥스와 테더가 신용 대출에 합의한 것은 “가상화폐 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이 부분은 아마도 테더와 비트파이넥스가 암호화폐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결코 작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회그너는 양측이 대출에 합의함으로써 얻게 된 혜택을 언급했다.
“테더 회사는 물론이고 테더를 보유한 이용자와 고객들에게는 테더 토큰이 가장 많이 통용되는 거래소에 유동성이 충분히 보장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그러면서 비트파이넥스의 운영에 조금이라도 차질이 빚어지면 곧바로 테더도 나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 29일까지 테더 토큰을 달러로 바꿔 간 액수는 하루 평균 56만 6066달러였으며, 단일 환전 사례로 2420만 달러를 바꿔 간 사례가 가장 규모가 큰 환전이었다.
회그너는 기사를 위한 취재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