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초인플레이션 때문에, 그 후로는 달러화로 인해 암호화폐가 널리 보급된 베네수엘라가 암호화폐를 이용해 경제를 재건할 수 있을까?
베네수엘라의 경제학자 애론 올모스(Aaron Olmos) 교수는 코인데스크와의 인터뷰에서 베네수엘라가 달러에 의존하는 이유를 먼저 열거하며 공식 화폐인 볼리바르가 제 역할을 못 하는 상황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암호화폐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는 올모스는 2년 넘게 암호화폐 기술에 대해 강의를 해왔고, IESA 경영대학에서 블록체인 프로그램을 이끌기도 했다.

애론 올모스(Aaron Olmos) 교수. 사진=애론 올모스 페이스북
저서를 집필하고 국영 방송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는 등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올모스는 암호화폐 경제에 관해 베네수엘라 국민을 교육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올모스는 인터뷰에서 현재 베네수엘라가 당면한 경제적 상황에 관해 이야기했다. 베네수엘라는 대안이 없지 않은데도 가치가 폭락한 볼리바르를 계속해서 공식 화폐로 사용하고 있다. 올모스는 수십 년에 걸친 조악한 경제 정책으로 인해 이러한 결과가 나타났고, 볼리바르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암호화폐 사용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달러나 암호화폐 같은 ‘좋은 돈’을 사용할 수도 있지만, 사람들이 좋은 돈은 사용하는 것보다 보관하려 하므로 상황이 복잡해진다. 반면 ‘나쁜 돈’인 볼리바르는 법적으로 사용되는 화폐다.”
올모스는 이에 더해 액면가가 높은 현금은 쓸 수 있는 곳이 거의 없고, 중앙은행은 액면가가 낮은 지폐만 발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생산 가치가 사실상 달러를 기준으로 정해지기 때문에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이 왜곡되고 있다. 이는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통용되는 공식 화폐는 볼리바르지만, 실제로 경제를 이끌어가는 화폐는 미국 달러인 상황이다.”
해결책은 암호화폐?
올모스 교수는 암호화폐가 경제 위기 탈출의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베네수엘라에서는 암호화폐 사용량이 빠르게 늘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경제 상황을 개선하려면 생산을 활성화하고 신규 투자를 확대하는 동시에 이중 순환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1990년대에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겪었던 브라질도 일종의 가상화폐였던 진짜 헤알화(URV, Unit of Real Value)라는 시스템을 도입해 인플레이션을 극복했다.
“신뢰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한 현재 상황에서 암호화폐만큼 좋은 해결책은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암호화폐를 사용하는 동안 정부는 경제 정책을 통해 볼리바르의 신뢰를 되찾고 가치를 회복시킬 수 있다.”
올모스는 베네수엘라 헌법상에 경제 재조정을 위해 암호화폐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고 말했다.
“일시적으로라도 암호화폐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여건을 제공해주어야 한다. 암호화폐를 사용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볼리바르의 가치를 다시 회복하는 데 있다. 아예 볼리바르를 디지털 형태로 사용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경제 회복 계획에 베네수엘라 정부가 발행하는 암호화폐 페트로(petro)도 포함될 수 있냐는 질문에 올모스는 단칼에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페트로는 중재와 권력의 집중, 강제 사용 등의 특징으로 인해 이미 실패했다.”
베네수엘라의 선택
물론 결과는 베네수엘라의 미래를 만들어갈 베네수엘라 국민이 결정하게 될 것이다.
올모스는 2019년부터 2025년까지의 경제 계획에 블록체인과 암호화폐가 이론적으로는 포함돼 있지만, 해당 경제 계획이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 국회의장 후안 과이도가 이끌고 있는 베네수엘라 행정부가 경제 회복 계획에서 암호화폐를 어디까지 얼마나 사용할지에 관해 의견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에 베네수엘라가 앞으로 어떤 경로를 택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