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 근거지를 둔 디지털 자산 거래소 후오비(Huobi) 그룹이 새해 들어 월스트리트와 다양한 방식의 파트너십을 모색하고 있다.
창업 6년째를 맞은 후오비는 이제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을 호령하는 거대 그룹으로 성장했다. 후오비가 연간 순 매출 1조 달러에 이르는 대기업으로 성장한 데는 중국의 큰손 투자자들이 단단히 한몫했다.
이제 후오비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이용해서 북미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이달 초 후오비 글로벌 최고경영자 레온 리가 최대 주주로 있는 미국의 계열회사 HBUS 거래소가 미국 네바다주의 신탁회사 프라임 트러스트(Prime Trust)와 업무 협약을 체결한 것이 눈에 띈다. 이로써 HBUS(Huobi.com) 고객들은 달러 입출금은 물론, 최소 거래 금액($100)만 충족하면 달러로 비트코인, 이더리움,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테더 등을 거래할 수 있게 되었다.
프라임 트러스트의 최고경영자 스캇 퍼셀은 후오비와의 파트너십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후오비와의의 업무 제휴에 거는 기대가 크다. 후오비 같은 훌륭한 회사와 함께 일하게 되어 무척 기쁘다.”
HBUS의 최고경영자 프랭크 푸는 프라임 트러스트와의 제휴는 이제 시작일 뿐이며, 그밖에도 여러 미국 기업과 파트너십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트너들과 함께 관련 규제에 어긋나지 않는 거래소 시스템을 구축해서 상장지수펀드(ETF)와 파생상품 등 혁신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푸는 파트너십의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풍부한 법정화폐 유동성과 다양한 암호화폐가 상장된 HBUS 거래소가 시장 판도를 바꿀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푸는 HBUS에 개설된 미국 거주 사용자 계좌가 6만여 개에 달하고, 후오비 글로벌과의 제휴를 통해 가입한 중국인 사용자도 더러 있다고 밝혔다.
HBUS 거래소에는 현재 비트코인, 라이트코인, 이더리움, 이더리움 클래식, 비트코인 캐시, 테더 등이 상장되어 있고, 신규 상장을 검토하고 있는 코인도 수십 가지에 이른다. 이에 대해 HBUS의 규제 담당 최고책임자인 메간 먼로콜맨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 거래소는 포괄적인 실사(due diligence) 절차를 개발해서 신규 토큰에 대한 상장 여부를 심사한다. …… 거래량을 늘리는 동시에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먼로콜맨은 또 미국 증권법의 적용을 받는 증권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있는 토큰을 배제하기 위해 상장 심사 절차를 철저하게 문서로 남기고 있다고 말했다. HUBS는 신규 토큰 상장을 준비하면서, 중국어판 고객신원확인(KYC) 기능을 추가하는 등 이용자 등록 절차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푸는 규제를 지키며 사업을 하는 컴플라이언스 업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리 거래소는 동서양을 잇는 관문 역할을 하는 유통 채널을 지향하고 있다. 제대로 된 규제 준수 절차를 만들어서 미국의 훌륭한 금융 상품과 서비스를 전 세계 투자자에게 제공하겠다.”
규제와 암호화폐 거래소
중국 투자자들은 이제 이론적으로는 후오비 글로벌의 장외거래(OTC) 데스크를 통해 위안화로 구매한 암호화폐를 미국 HBUS 거래소로 이체한 후 미국 달러로 인출할 수 있게 되었다.

이미지=HBUS 웹사이트 갈무리

이미지=HBUS 웹사이트 갈무리
후오비 글로벌의 런던 지사장 레스터 리에 따르면, 후오비의 글로벌 플랫폼을 이용하는 50~200여 곳의 법인 고객은 실상 대부분 중국인 창업자가 운영하는 기업이지만, 중국 당국의 엄격한 규제와 자본 통제를 피해 해외로 근거지를 옮긴 기업들이다.
돈세탁 방지 분야와 블록체인을 전문으로 다루는 캐나다 변호사 크리스틴 듀하임은 중국 정부의 엄격한 외환 규제에 관해 중국에서 내국인의 해외 송금은 일 인당 연간 5만 달러까지만 허용되고, 그 이상은 특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국 기업은 당국의 허가 없이는 한 푼의 비트코인도 인출할 수 없다.”
이렇게 복잡한 정부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HBUS는 올해 안에 직원을 지금보다 세 배 많은 150명까지 늘려서 복잡한 규제를 더욱 철저히 지켜가며 협력사와 파트너십을 강화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후오비 글로벌은 이미 호주의 골드필즈 머니(Goldfields Money) 은행과 제휴하고 있다. 골드필즈 머니의 대주주인 프레드 쉬베스타는 자신의 은행이 중국 당국의 자본 통제하에 있는 내국인이 아닌 해외 체류 중국인에게만 서비스를 제공하므로, 중국 정부와 규제 문제로 씨름할 일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또한, HBUS의 먼로콜맨에 의하면, 은행비밀법에 따라 모든 법인 계좌는 법인의 지분 25% 이상을 보유한 모든 개인을 포함해 철저한 고객신원확인 절차를 거친다.
HBUS의 협력사인 프라임 트러스트는 은행은 아니지만, 유에스 뱅크(U.S. Bank)와 퍼시픽 상업은행(Pacific Mercantile Bank) 같은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지급보증을 서는 기관과 연계되어 있다. (최근 디지털 자산 예치 수수료를 인하한 행보로 볼 때 프라임 트러스트가 디지털 자산 시장에 진출하려는 의도는 분명해 보인다)
한편, 후오비의 장외거래 데스크는 뉴욕의 시그니처 은행(Signature Bank)과 제휴하고 있다. 하지만 관련 소식통에 의하면, 시그니처 은행이 거래소 개인 투자자들과의 거래를 않으며, 현재는 대량 거래만 취급하고 있다.
HBUS는 중국 사용자뿐 아니라, 1,300만 명으로 추정되는 후오비 글로벌의 전 세계 사용자가 각국의 복잡한 규제를 걱정하지 않고 암호화폐를 거래할 수 있는 거래소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HBUS의 최고경영자 프랭크 푸는 회사의 비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사용자에게 글로벌 서비스 플랫폼을 제공할 계획이다. 미국의 금융 상품과 서비스는 경쟁력이 있다. 당사의 준법 감시 기능을 활용해서 미국의 훌륭한 금융 상품과 서비스를 전 세계 투자자에게 제공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