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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5만달러 상승설 vs. 비트코인 0달러 수렴설
며칠전 운전을 하고 가다가 모기자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몇 가지 가볍게 여쭤볼게 있다고 운을 떼시더니 최근 비트코인 상승세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다고 하셨고요. 운전중이라서 몇 가지 질문에 대해 평소 생각대로 답을 하고 있었는데, 마지막 질문이 매우 기억에 남았습니다. 비트코인이 5만달러까지 간다는 설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냐는 질문이었습니다. 바로 비트코인 5만달러 상승설이지요.
상승세가 이어지는 자산에 대한 가격 예측은 어떤 면에서는 부질 없지만, 매우 흥미로운 일이긴 합니다. 선물과 옵션 등 파생상품론을 가르쳐주신 은사님께서는 '내일 A 주식이 얼마가 될지 알 수 있다면 내가 이 시간에 수업하고 있겠나?'라는 질문으로 가격 예측의 허망함을 애둘러 설명해 주셨기 때문에 저도 주식이든 선물이든 가격 결정 모형에 대해서는 공부하지만, 결코 가격을 예측할 엄두는 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비트코인 5만달러설을 제 귀로 듣고 보니 나름 흥미가 생겼습니다. 왜냐하면 워렌 버펫을 포함한 투자 전문가 상당수가 이미 오래 전부터 비트코인 0달러 수렴설을 설파하고 계셨기 때문이지요.
<이미지1: 웨런버펫 / 비트코인은 신기루와 같은 것>
우선 내재가치 투자의 달인 워렌 버펫의 주장을 들어보면, A 주식이 100달러의 가격에 거래가 되는 것은 해당 기업의 내재가치가 그에 상응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워렌 버펫의 투자 패턴은 100달러 가치의 기업이 어떤 이유로 60달러에 거래된다면 그 때가 바로 투자를 해야 할 시점으로 판단하는 것입니다. 비트코인은 내재가치라는 것이 존재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기 때문에 가격을 산정할 수 없으며, 혹시 가격이 존재하더라도 일시적으로 유지되다가 조만간 사라져 버릴 것이다라는게 바로 블록체인 0달러 수렴설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오마하의 현인 워렌 버펫의 말씀이 옳았던 경우가 상당히 많긴 하지만, 2008년에 출현한 비트코인 가격이 (너무 오래) 0으로 수렴하고 있지 않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최근 가격의 흐름이나 거래량 등을 종합해 보면 가격 하락은 가능하겠지만 0이 될 가능성은 너무 너무 낮아 보입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비트코인의 가격을 지지하는 가치라는 것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할 듯 합니다.
비트코인은 블록 생성을 완성하기 위한 난해한 수학적 문제를 푸는 과정의 반복을 통해 확장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원가요소는 프로세싱 파워, 그리고 전력으로 단순화할 수 있습니다. 블록의 생성 횟수가 증대될수록 수학적 난이도가 체증하는데요, 2008년에 1이라는 난이도의 수학 문제를 풀었다면, 2019년 7월 8일 현재는 7경9347억배나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여기에 소요되는 CPU, GPU, RAM 등을 총동원한 프로세싱 파워가 얼마나 소요되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어떤 것을 발견할 수 있는 확률이 1/7경9347억이라면 우리는 그것을 매우 매우 희소성 높은 것이라 지칭할 것이고요, 어떤 효용을 준다면 희소성 있는 자원이라 부를 것입니다.
<표1: 비트코인 난이도>
그리고 많은 사람이 사는 곳, 사람들이 투자를 하는 곳에서 희소성은 생각보다 높은 평가를 받습니다. 그게 스타벅스 커피를 주문할 때 사용할 수 있는 것이든, 아니면 투자은행이 고위험 고수익 자산으로 실험적으로 편입을 했든 상관 없이 비이성적인 수준으로 가치를 평가하는 경향이 자주 존재해 왔습니다. 그럼 오늘 11000달러하는 블록체인이 언젠가 5만달러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다소 의외의 디지털 화폐를 언급해야 할 듯 합니다. 바로 최근 본격적인 출범준비를 하고 있는 페이스북의 리브라입니다.
<이미지2: 페이스북 리브라>
리브라는 페이스북이 사활을 걸고 추진하는 심플, 글로벌 통합 화폐이자 금융 인프라를 지향합니다. JP모건을 포함한 글로벌 유력 파트너들이 총 집결한 만큼 매우 큰 단위의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 2008년 비트코인 출범 이후 소개된 디지털 화폐 또는 암호화폐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이자 비트코인의 유일한 대항마, 경쟁상대 또는 대체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비트코인이 희소성 덕분에 현재의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면, 비트코인을 사지 못한 누군가는 대체제를 찾게 마련입니다. 과거, 리브라와 같은 체계적이며 대규모의 혁신적인 암호화폐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리브라가 어쩌면 비트코인을 대체하고 비트코인의 가치를 0에 가깝게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최소 10억달러 단위의 투자를 단행한 리브라가 페이스북의 기대와 다른 성과를 낸다면 비트코인은 희소성 외에 대체제가 없는 투자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자산의 가격이 5만 달러라면 과연 비싸다 싸다라는 평가가 의미가 있을까요? (물론, 저는 리브라의 성공을 기원하고 있습니다.)
즉, 글로벌 주요 기업과 정부 기관, 금융 산업이 디지털화폐와 블록체인에 대해 많은 기대를 걸고 있는 이상, 블록체인의 시대를 연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과 투자열기는 지속되리라 생각합니다. (J기자님께 드린 답변입니다.)
아 참, 그러고 보니 워렌 버펫도 의도치 않게 자산 가격을 예측하는 발언을 하셨네요.
독자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1. 3년내 비트코인은 0달러에 수렴한다.
2. 3년간 비트코인은 현재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다.
3. 3년내 비트코인은 5만달러까지 상승한다.
4. 디지털화폐의 가격을 예측하는 대신, 디지털화폐에 대해 공부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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