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가상 화폐 거래소 ‘빗썸’의 갑질이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빗썸을 통해 가상화폐 거래를 하는 일반회원의 계좌를 빗썸 측에서 일방적으로 막는 사례가 느는 탓이다.
제보자 A씨는 “개인 계좌의 출금이 막혀 현금 동원력에 문제가 생겼다”며 “빗썸 측에서 갑자기 계좌의 돈이 증가한 이유를 소명하라고 해서 자세히 설명했는데, 이후 아무런 답이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제보자는 “가장 황당한 점은 계좌 출금은 막았지만, 계좌를 통해 빗썸에서 가상화폐 거래를 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사실”이라며 “거래가 가능하다는 것은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인데 왜 출금은 막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갑질도 이런 갑질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제보자들의 민원은 국회 의원실에도 넘쳐난다.
민원을 받았다는 한 의원실의 보좌진은 “현재 가상 화폐 시장은 합법과 불법의 경계인 회색지대에 있다”며 “빗썸이 이런 상황을 악용하는 것 같다. 이와 관련한 제보가 많이 들어오고 있어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곧 21대 국회가 시작되는데, 화이팅 넘치는 초선 의원들이 이 문제가 관심이 많다”고도 했다.
이와 관련 빗썸 측은 “통상 계좌에 들어오는 돈보다 액수가 급등했을 때나, 우리와의 계약 조건을 어겼을 때, 또 계좌에 대해 수사기관의 수사 의뢰가 들어왔을 때 출금 제한금지조치를 한다. 다른 가상화폐거래소와 은행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빗썸 관계자는 국회 의원실에 “출금 제한금지조치를 하게 되면 당연히 당사자에게 명확히 사유를 적어 통보한다”며 “제대로 소명을 하면 내부적으로 검토해서 풀어준다”고 했다.
하지만 제보자들의 말은 다르다. 빗썸이 요구한 소명과 그에 필요한 서류를 보내란 곳으로 보냈지만 몇 달이 지나도록 회신이 없고 고객센터도 불통이란 것이다.
또 제보자들은 빗썸이 내부 검토로 출금 제한금지조치 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사유재산 침해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계좌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검찰,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 되지 빗썸이 무슨 자격으로 출금 제한금지조치를 하며, 이를 풀어줄지 말지를 결정하느냐는 것이다.
제보자는 “빗썸이 출금 제한금지조치와 관련 시중은행과 똑같이 한다고 하는데 빗썸은 금융기관이 아니다”며 “본인들이 어떻게 은행과 같을 수 있나”고 반문했다.
실제 앞서 언급했듯 국내 가상 화폐 시장은 합법과 불법의 경계인 회색지대에 있는 만큼 빗썸도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 국내의 암호화폐 거래소는 온라인 쇼핑몰과 같은 통신판매업자로 분류돼 있다. 정책 당국으로부터 건전성 규제를 받은 은행과의 비교가 불가다. 결론적으로 자신들에게 유리할 수 있는 규정만 ‘은행 규정’이라며 내세워 갑질을 자행하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빗썸이 일부 세력과 결탁, 특정 업체를 표적 퇴출하려 한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이런 의혹은 3개월 전 빗썸에 상장한 건실한 가상화폐 B 업체에 갑자기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내세워 퇴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탓에 나왔다.
B 업체는 최근 빗썸으로부터 코인을 해킹당한 이유를 소명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최근 B 업체의 코인을 제작하는 대행업체의 관계자 K씨는 자신의 개인 계좌가 해킹을 당했다.
이 계좌에는 B 업체 코인이 들어 있었다. K씨는 용산경찰서 사이버수사대에 고발조치를 했다. B 업체는 해킹 사건을 소명하라는 빗썸에 이런 사실을 그대로 밝혔다. 하지만 빗썸에 답은 의외였다. B 업체가 해킹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B 업체 관계자는 “K씨 계좌가 우리 업체와 관련이 있긴 하지만 명확히 우리 계좌가 아니지 않으냐. 신고는 당연히 계좌 주인이 해야 해서 이렇게 한 건데 빗썸이 괜한 트집을 잡고 있다”고 했다. 실제 B 업체가 주제가 돼 경찰에 고발했다면 코인을 찾지 못할 경우, 그 손해는 고스란히 업체가 보게 된다. 하지만 K씨가 신고를 했을 경우, B업체 입장에서는 코인을 찾지 못하더라도 K씨에게 손해배상 등을 청구할 수 있다. B 업체로서는 당연한 결정을 빗썸은 색안경을 끼고 바라본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빗썸은 B 업체가 발행한 코인의 시세가 급락한 것도 상장폐지의 사유가 될 수 있다고 압박했다고 한다. 그런데 코로나 19로 인해 코인 시장이 전체적으로 침체한 데다가, B업체의 코인은 시장에서 나름 가격방어를 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만약 시세 급락이 상장폐지의 이유가 된다면 B 업체 외에도 폐지할 업체는 쌔고 쌨다는 것이다.
B업체 관계자는 “빗썸이 갑자기 우리 코인을 상장폐지를 위한 투자유의 종목으로 지정하겠다는 식의 통보만 하고, 우리 소명은 들으려 하지도 않는다”며 “우리가 상장한 지 3개월이 다 돼 가는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빗썸의 임직원과 미팅을 한 적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빗썸측은 이런 상황을 문의한 국회 의원실에 “상장된 코인이 폐지되면 우리도 타격이 크다”며 “그럼에도 투자유의 종목으로 지정한 것은 다 이유가 있다”고 했다. 빗썸측은 “억울하면 소송으로 가면 된다”며 “우리는 계약서 대로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우리는 언제까지 소명자료를 달라고 한 뒤 그 날짜에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에 대한 답을 주고 있다”며 “소명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다만 빗썸측은 우리와의 계약을 어겼을 경우, 위약금과 다시는 계약을 어기지 않겠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우리의 요구를 들어주면 폐지는 면할 수도 있다며 합의 가능성을 열어놨다.
빗썸은 n번방 수익창구로 쓰인 것으로 알려진 암호화폐 ‘모네로’를 자사 정책을 어기면서까지 내려놓지 않고 있다가 언론이 지적하자 상장폐지 수순을 밟았다. ‘모네로’ 퇴출도 망설였던 것으로 봤을 때 빗썸의 B업체 퇴출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홍콩의 슬럼가 구룡성채는 20세기 마지막 무법지대라 불렸다. 당초 청나라의 국경의 요새였다가 치외법권으로 남아 살인은 물론이고 마약, 인신매매 등 범죄란 범죄는 모두 일어났다. 빗썸의 ‘갑질’이 도를 넘는 것도 규제 수단이 없어서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