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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가상화폐 패권도 추구하나
미 의회와 연방준비제도(연준)가 페이스북 리브라 등이 달러패권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경계심에서 연준 자체적인 가상화폐를 만드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16일자로 전했다.
폴리티코는 "그동안 연준 내에서는 자체적인 암호화폐 출시를 '터무니없는' 것으로 여겼다"며 "하지만 이젠 연준이 직접 가상화폐를 만들 수도 있다는 생각이 공감대를 얻고 있다"고 전했다.
연준의 상당수 위원들은 페이스북의 리브라처럼 정부 통제 밖에 있는 가상화폐 시스템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금융자문기업 '페더럴파이낸셜애널리틱스'의 카렌 페트로는 "리브라로 인해 정부 통제를 받지 않는 민간 금융시스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졌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연준의 고민이 페이스북의 위협 때문만은 아니다. 다른 나라들 역시 자국 고유의 가상화폐 도입을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달러패권에 심각한 도전이 된다.
대표적 인물은 영국중앙은행 마크 카니 총재다. 그는 "각국 중앙은행들이 가상화폐 네트워크를 만들어 기축통화인 달러를 대체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하고 있다.
현재까지 미국 내 가상화폐 발행에 대한 논의는 비공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미 의회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들은 가상화폐를 어떻게 접근할지 연구하라며 연준을 압박하고 있다. 일부 연준 위원들도 '미 정부가 언젠가 가상화폐와 관련해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데 수긍한다.
영국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필라델피아연방은행의 패트릭 하커 총재는 최근 한 컨퍼런스에서 "가상화폐 도입 논의는 불가피하다"며 "나는 연준이 그러한 논의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화당 프렌치 힐 의원은 연준 제롬 파월 의장에게 '가상화폐와 관련해 연준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보고하라고 요구하며 "연준이 가상화폐 도입에 따른 분석과 준비작업에 착수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준에 대한 의회의 압력이 가중된다는 사실은 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기존 금융시스템의 근간을 뒤흔들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일부 의원들은 "연준이 핀테크 개발과 발전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민주당 빌 포스터 의원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워드' 프로그램이 시장을 장악했듯, 민간의 지급결제 시스템이 등장하면 자연스럽게 독점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민간기업에 앞서 정부가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포스터 의원 역시 연준에 "가상화폐 도입에 따른 다양한 선택지를 보고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연준은 지난 2년여 동안 가상화폐 연구와 분석에 열의를 갖지 않았다. 연준이 암호화폐를 발행해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 일축해왔다. 하지만 페이스북이 리브라 출시를 발표하기 전까지의 이야기다.
페이스북이 지난 6월 리브라 관련 계획을 발표하면서 연준을 비롯한 전 세계 중앙은행들은 깜짝 놀랐다.
연준 제롬 파월 의장이나 미 하원 금융위원회 위원장 맥신 워터스 등은 즉각 "리브라가 기존 지급결제 네트워크를 교란시킬 것"이라며 우려했다.
미 정부도 리브라의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페이스북이 막대한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달러에 대한 존재론적 위협을 가할 것이라는 우려를 반박했다. 그는 "달러는 전 세계 가장 강력한 화폐"라며 "달러는 언제나 지금과 같은 지위에 머물러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8월엔 또 다른 급진적 제안도 나왔다. 영국중앙은행 카니 총재는 "달러패권을 저지하기 위해 가상통화 네트워크를 합작하자"고 제안했다. 카니 총재는 "기축통화인 달러를 대체하는 동시에 향후 중국 위안화가 패권통화가 되는 상황을 대처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로 자리를 옮긴 크리스틴 라가르드도 정부가 암호화폐를 출시해야 한다는 입징이다. 그는 "암호화폐는 더 이상 공상과학 소설에서만 나오는 개념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전 세계 중앙은행을 대표하는 국제결제은행(BIS)은 올해 초 "대부분의 중앙은행들이 가상화폐 발행에 대한 조사를 수행하고 있다"며 "단지 개념에 그치는 것을 넘어 사업 타당성 증명 단계까지 마쳤다"고 확인했다.
이번 주말 워싱턴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연차총회에서도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가상화폐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리브라 사업을 이끌고 있는 페이스북 부사장 데이비드 마커스는 '빅테크와 금융의 미래'라는 주제의 컨퍼런스에 카니 총재와 함께 참석할 예정이다. 그는 "페이스북의 목표는 지급결제 시스템을 단순화하는 것"이라며 "페이스북이 리브라를 만들려는 진짜 이유는 그동안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준의 라엘 브레이너드 위원은 올해 초만 해도 연준 발행 가상화폐 아이디어를 일축했다. 하지만 이제는 입장이 바뀌었다. 연차총회에서 '중앙은행도 가상화폐를 발행하게 될 것'이라는 요지로 연설한다. 브레이너드 위원은 "페이스북 이용자 수억명이 가상화폐 리브라를 이용할 경우 연준이 관련 계정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각종 도전과제들을 맞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브레이너드 위원은 연준이 다른 나라보다 가상화폐와 관련해 뒤처져 있음을 인정했다. 그는 "연준은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가상화폐의 혜택과 비용 등을 계속 분석할 것"이라며 "동시에 다른 중앙은행들로부터 교훈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페더럴파이낸셜애널리틱스'의 페트로는 이달 초 시중은행 법무변호사들을 모아놓은 자리에서 "시중은행들은 시급히 가상화폐를 논의해야 한다"며 "이제 곧 연준이 은행 업무를 직접 맡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 연방예금보험공사 의장이었던 쉴라 베어는 '연준이 서둘러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대표적 인물이다.
베어 전 의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비효율적 지급결제 시스템을 갖고 있다. 우선 비싸다. 상인들이 싫어한다. 은행 고객들도 싫어한다"며 "분산원장에 기반한 암호화폐가 있다면, A지점에서 B지점으로 바로 갈 수 있다. 은행이라는 중개인이 필요치 않다"고 주장했다. 최근 상원 청문회에 출석한 베어 전 의장은 "가상화폐는 연준의 운명이 달린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연준이 급속히 성숙해가는 기술을 앞서가지 못하면, 민간 부문이 달러시스템을 왜소하게 만들 것이다. 미국의 금융시스템을 잠재적으로 파괴할 수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는 연준이 달러에 대한 통제력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올해 초 연준을 떠나 현재는 조지타운대 방문교수로 있는 린다 젱은 "연준이 조심스럽게 분산원장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지급결제 시스템을 어떻게 개선할지 연구하고 있다"며 "연준이 연구적 관점을 넘어 연준 업무와 지급결제 업무에 해당 기술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의 관점에서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페트로는 "페이스북의 리브라가 결국 출시되지 않더라도 또 다른 기술기업이 등장할 것이라는 점을 연준은 잘 알고 있다"며 "기술 플랫폼을 가진 기업들은 가공할 만한 시장 파워를 갖고 있다. 연준은 그들을 막을 수 없다. 그들과 싸워 분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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