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연대-사측 대립, 주총 6시간 지연주총장 주변 몸싸움·고성 ‘전쟁터’ 방불케 해 위임장 확인 3시간 이상 소요, 주주 불만 고조경영진 해임 통과, 이종현 ‘이틀 천하’ 막 내려
이날 10시 오전 서울 서초구 진영빌딩 앞. 이 전 대표의 해임안을 확정하는 주총 개최가 예정된 이곳은 아침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작년 4월 횡령·배임 혐의로 고발된 후 대표직에서 물러난 이 전 대표가 주총을 이틀 앞두고 대표로 재선임되면서 소액주주들의 분노는 더욱 거세진 상황이었다. 그동안 이 전 대표는 이사직을 유지하며 인사 등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행사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주총 무산을 위해 이 전 대표가 소액주주들의 주총 현장 출석 조차 허용치 않을 것이란 우려가 짙었다. 이 전 대표 측은 주총 전 소액주주로부터 위임장 확보 작업을 펼쳤으나, 좋은사람들 소액주주연대 측에서 확보한 위임장의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상 주총의 승패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요건을 충족치 못한 만큼 소액주주들을 무력으로 제압할 것이란 시각이 우세했다.
양측 간 치열한 신경전이 펼쳐질 것이란 예상을 넘어 현장 분위기는 살벌하기 그지없었다. 이 전 대표 측에서 고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용역들이 주총장 길목을 빽빽히 막아서면서 입장 조차 불가능했다. 공지된 주총 장소는 빌딩 지하 1층 대강당이었으나 내려가는 계단 모두 용역들이 포진한 것. 이날 주총장 주변은 소액주주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좋은사람들지회, 회사 측 용역, 경찰 등 여러 사람이 뒤섞여 혼잡스러운 상황이 연출됐다. 개최 예정시간인 오전 10시를 넘기자 곳곳에서 불만 섞인 소리가 터져 나왔다. 전후좌우로 거리 두기도 전혀 지켜지지 못했다.
7일 서울 서초구 소재 진영빌딩 주변에서 좋은사람들 소액주주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좋은사람들지회, 좋은사람들 측 추정 용역업체, 경찰 등이 뒤섞여 혼잡스러운 상황이 연출됐다. 사진=천진영 기자
주총장 진입을 시도하는 소액주주들과 이를 막는 용역 간 몸싸움이 벌어지면서 경찰 측은 주변통제에 나섰다. 동시에 공증담당변호사가 한 명씩 위임장을 검사하며 일부 주주들은 지하 1층 주총장 안으로 들어갔다. 이 전 대표 측의 위장 진입을 막기 위한 옥석 가리기는 철저하게 이뤄졌다. 위임장을 제출한 주주가 사측과 소액주주 중 어느 쪽에 의결권을 위임했는지, 지정 대리인 일치 여부 등을 꼼꼼하게 확인했다. 소액주주연대 측에 따르면 주주 연락처가 기재되지 않은 위임장도 여럿 확인됐다. 이번 주총 건이 아닌 과거 위임장을 제출한 주주들의 정보를 악용했을 것이란 의혹도 제기됐다.
이 전 대표 측 용역 중에는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도 10여명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액주주연대 측은 추후 발생 가능한 법적 논란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마지막 한 명까지 위임장 확인 절차를 거쳐 이들의 입장을 허용했다. 참석 가능한 인원이 모두 주총장으로 집결, 개최 시작을 알린 시각은 오후 2시 30분경이었다. 지하 1층 대강당에 모인 인원은 약 100여명 안팎으로 추산된다.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입장 절차와 중복된 위임장을 대조하는 과정이 길어지면서 무려 4시간 30분씩이나 지체됐지만, 실제 주총이 시작된 시점은 1시간 30분 가량 더 소요된 오후 4시경이었다. 공증담당변호사가 이 전 대표 측 용역에 발목이 잡혀 주총장에 들어오지 못했다는 소액주주 측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7일 서울 서초구 소재 진영빌딩 주변에서 좋은사람들 소액주주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좋은사람들지회, 좋은사람들 측 추정 용역업체, 경찰 등이 뒤섞여 혼잡스러운 상황이 연출됐다. 사진=천진영 기자
위임장을 포함한 주총 참석률은 42.34%였다. 작년 12월 1일 기준 좋은사람들의 발행주식수는 기명주 보통주 4990만8224주, 총 주주수는 2만3667명이다. 총회 출석한 의결권 있는 주식수 및 위임장 제출을 포함한 주식수는 2112만8033주, 해당 주주는 1773명으로 집계됐다. 박 대표는 “본 총회는 보통결의 및 특별결의 요건을 갖추고 있다”고 전했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기존 경영진 해임 안건은 소액주주들의 완승으로 끝났다. 무려 6시간 가량 주총이 지연된 탓에 1-1~3호 안건은 참석 주주들의 동의를 얻고, 개별상정이 일괄상정 방식으로 진행됐다. 투표 결과 찬성 2104만5362주, 반대 없음으로 이 전 대표와 사외이사 2인 포함 이사진 3인의 해임 건이 가결됐다. 해임 안 통과 즉시 환호와 박수소리가 현장을 가득 메웠다.
소액주주연대 측이 추천한 신규 이사 5인 선임 안(제2-1~5호 의안) 역시 일괄상정 방법으로 처리됐다. 사내이사 2인에는 최창호 정운시앤시 대표이사와 최재영 엠시어터 대표이사, 사외이사 3인은 이성현 인베스트유나이티드 대표이사와 방현성 대한변호사협회 입법평가특별위원, 황정오 법무법인 정명 변호사 등이다. 이로써 좋은사람들 이사회는 기존 3인에서 5인 체제로 변경됐다.
문경주 좋은사람들지회장은 “건전한 회사에 투기자본이 들어오지 않도록 종지부를 찍고 싶다. 노동조합과 소액주주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쓴 것”이라며 “횡령·배임 혐의, 안일한 태도로 일관했던 이 전 대표 체제는 다시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오늘 주총이 우리의 의지를 확인하는 장이 됐다”고 밝혔다.
한편, 주총이 종료된 직후에도 현장 주변에는 이 전 대표 측 용역과 경찰 수십여명이 대치하고 있었다.

뉴스웨이 천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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