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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급등 왜?’ 미국 언론보도 팩트체크해보니

이미지=Shutterstock
암호화폐 관련 소식을 전하는 주요 매체의 보도를 보면 사실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거나 내용을 왜곡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암호화폐 자체가 신생 분야인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생겨난 지 올해로 벌써 10년째다. JP모건이나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기업이 자체 암호화폐를 개발중이란 발표도 있었다. 언론 보도도 이전보다 좀 더 성숙하고 정교해질 때가 된 것이다. 그렇기에 지난주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했다는 소식을 전한 일부 매체의 보도에 더 큰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 2일 비트코인 가격은 19주 만에 처음으로 개당 5천달러선을 회복했다. 장기적 침체에서 벗어나 상승장 진입이 멀지 않았다며 희망을 보는 이들이 많았다. 한때 불과 30분 사이 가격이 17%나 급등할 만큼 회복세는 뚜렷했다.
코인데스크 독자들이라면 이미 알고 있었겠지만, 최근의 시장 지표나 전반적인 분위기를 보면 이런 변화는 어느 정도 예고된 일이었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2018년 초부터 1년 넘게 하락세가 지속됐지만, 각종 기술 지표와 곧 다가오는 반감기에 대한 기대감이 더해지면서 조만간 반등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잖은 주류 매체가 이러한 징후나 배경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과 논의를 생략한 채 검증되지 않은 이론과 추측에 기댄 단정적이고 무리한 보도를 이어갔다. 그중에서도 최악으로 평가될 만한 보도들을 모아봤다.

기즈모도 캡처.
기즈모도(Gizmodo)
기즈모도는 시장의 전반적 분위기나 어떤 제품, 서비스에 대한 사람들의 일차적인 반응을 살펴볼 때는 유용한 매체다. 암호화폐를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이해하는지에 관해서도 기즈모도는 흥미로운 기사를 많이 실었다. 그러나 암호화폐를 심층 분석한 기사나 정확한 정보를 얻고 싶은 독자라면 기즈모도 대신 다른 매체를 찾는 편이 낫다.
기즈모도의 매트 노박(Matt Novak) 기자가 쓴 기사를 보자. 지난해 암호화폐 가격이 폭락해 많은 투자자가 손해를 봤다는 내용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그 사실 하나로 별다른 근거도 없이 암호화폐 시장 자체를 투기판으로 매도한 건 독자는 물론 기자 본인에게도 딱한 일이다.
“어떤 기준으로 봐도 비트코인은 완전히 쓸모없는 자산이다. 명백한 허위 화폐로 현실 세계에서는 그저 투기성 자금일 뿐이다. 더구나 비트코인 채굴을 지원하는 곳도 없을뿐더러 컴퓨터를 이용해 채굴하려면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된다.”
노박의 기사는 얼핏 보아도 사실이 아닌 내용이 많다. 첫째, 비트코인은 오늘날 교환의 매개체로서 분명한 역할을 한다. 각종 상품과 서비스를 교환하는 데 사용되므로 기본적인 화폐의 기능을 수행한다고 볼 수 있다. 둘째, 비트코인은 각종 컴퓨터 네트워크로부터 채굴 지원을 받는다. 채굴 업체는 채굴한 비트코인으로 달러에 투자하거나 자체 네트워크의 인력과 장비를 보강한다. 네트워크 성능을 개선하는 것이다. 셋째, 비트코인 채굴에는 대규모 에너지가 소비되므로 많은 비용이 드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재생에너지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재생에너지로 채굴 비용도 줄이고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도 개선할 수 있다.
환경 파괴의 관점에서 보면, 비트코인의 실물 경쟁 화폐라 할 수 있는 금을 채굴할 때 폐해가 오히려 더 크다. 금광 개발 과정에서 대규모 삼림을 헐고, 채굴 뒤 각종 유독성 폐기물도 그대로 방치된다. 기즈모도 등 주요 매체는 이런 사실은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
이같은 잘못된 사실을 앞세워 비트코인의 미래를 비관하는 보도는 완전히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신생 기술은 크고 작은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가며 진화해간다는 사실은, 앞서 수많은 기술의 발전 과정을 통해 이미 증명되었다.

로이터 캡처.
로이터(Reuters)
로이터의 보도는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 그렇다고 허위 보도가 가려지는 것은 아니다. 로이터 기사는 비트코인 가격이 급격히 오른 원인을 ‘미스테리한’ 특정 투자자의 대규모 매수 주문 때문으로 보인다고 했다. 시장의 전반적인 추세가 아니라 특정 인물에 의한 일시적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면서 로이터는 암호화폐 업체 BCB그룹의 CEO 올리버 폰 란츠베르크 사디의 주장을 내세웠다. 사디는 비트코인 가격이 급격히 오른 이유로 특정 인물의 대규모 매수세를 주장했다. 로이터는 사디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보충하는 내용의 인터뷰도 추가로 실었다.
“4월 2일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한 것은 미국의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Coinbase)와 크라켄(Kraken), 그리고 룩셈부르크의 비트스탬프(Bitstamp) 세 곳에서 무려 1억 달러 어치의 비트코인 매수 주문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매수자는 동일 인물로 이들 세 곳의 거래소에서 모두 합쳐 약 2만 개의 비트코인을 사들였다.”
하지만 기사에는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가 제시되지 않았다. 같은 사람이 실제로 비트코인을 2만 개 주문했다는 증거는 전혀 없었다. 그저 사디라는 인물의 주장에만 의존한 보도였다.
로이터는 각 거래소의 주문장만 확인했더라도 이런 터무니없는 오보를 내지 않을 수 있었다. 매 시간 거래량이 기록되는 주문장을 보면 해당 시간 동안 각 거래소에서 거래된 비트코인 개수를 확인할 수 있다. 지난 4월 2일 새벽 4시(협정표준시)의 비트코인 거래량은 코인베이스에서 6889개, 비트스탬프 3798개, 크라켄 4121개였다.
요컨대,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했을 당시 세 거래소의 모든 거래량을 다 합쳐도 1만4808개였다는 뜻이다. 그러나 로이터와 CNBC는 세 곳의 거래소에서 각각 7천개의 비트코인이 거래돼 약 2만 개의 매수 주문이 한꺼번에 몰려 가격 급등을 촉발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비트코인 가격은 더 높이 치솟았다. 가격이 오르면서 매도 포지션의 주문이 빠르게 청산되고, 가격을 지정한 매수 주문량이 늘어나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훨씬 더 빨리, 더 많이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더구나 매수세는 로이터가 언급한 거래소 세 곳뿐 아니라 대부분 거래소에서 동시에 급증했다.
CNBC
CNBC의 대표적인 패널쇼 ‘패스트머니(Fast Money)’는 암호화폐 커뮤니티 안에서는 사실 워낙 허위 정보가 넘쳐나 ‘믿고 거르는’ 프로그램이긴 하다.
패스트머니는 지난주에도 비트코인 가격 급등에 관해 한 애널리스트의 발언을 38초 동안 내보냈다. 그는 최근 급격한 오름세가 투기에 의한 일시적 현상이라며 암호화폐 시장을 완전히 호도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하루 평균 200달러 이상 오른 것은 지난해 5월 이후 처음이라고 언급했지만 실제로는 지난해 3월 이후 처음이었다. 기본적인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은 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8년 한 해 동안 패스트 머니를 비롯해 CNBC는 여러 프로그램에서 대체로 비트코인 가격의 향배를 논할 때마다 터무니없는 추측성 보도를 마구 쏟아냈다.
“지금의 하락세에 겁먹을 필요 없다. 비트코인 가격은 앞으로 두 배 이상 오를 것이다”, “2만5천달러 이상으로 급등하든지 완전히 소멸되든지 둘 중 하나일 것”이라는 등의 발언이 여과없이 전파를 탔다.
이런 보도는 CNBC가 그간 비트코인의 미래에 대해 유독 부정적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크게 놀랄 일도 아니다. 또 다른 분석가 앤드류 소킨은 CNBC의 스쿼크박스(SquakBox)라는 프로그램에서 4월 2일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한 이유로 전날 한 웹사이트에 올라온 ‘만우절 쇼’를 꼽기도 했다. 만우절이었던 4월 1일 한 웹사이트에 SEC가 마침내 비트코인 ETF를 승인했다는 가짜뉴스가 올랐는데, 이 해프닝이 다음날 비트코인 가격 급등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4월 2일 비트코인 가격이 가파르게 오른 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두 건의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를 한꺼번에 승인한다는, 깜짝 선물과도 같았던 만우절 쇼 때문이었다.”
상식적으로도 이런 보도가 얼마나 허술하고 무책임한지 금방 알 수 있다. 만우절 장난 때문에 비트코인 시가총액이 순식간에 우리돈으로 약 45조원이나 오를 리는 없다.
암호화폐 시장의 규모는 아직 전통적인 자산에 비하면 분명 작다. 하지만 너무나 미미해 무시해도 될 수준은, 이미 오래전에 지났다는 사실도 인정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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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코인데스크코리아 https://www.coindeskkorea.com/cringeworthy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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