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코스피에서 8281억원, 코스닥에서 2815억원 순매도정치 혼란 장기화와 밸류업 동력 상실 등 국장 리스크 확대
9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67.58포인트(2.78%) 하락한 2360.58에, 코스닥지수는 34.35포인트(5.19%) 급락한 627.01에 장을 닫았다.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각각 8%대, 10%대 하락한 블랙먼데이(8월5일) 보다 낮은 수치로, 특히 코스닥은 코로나19 이후 처음 630선을 내주기도 했다.
국내 양대 증시는 이날 단 하루 만에, 개인들이 1조1096억원 규모를 팔아치우자 속절없이 무너졌다. 종가(3시30분 기준) 개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8281억원을 코스닥시장에서 2815억원을 순매도했다.
앞서 지난 7일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표결은 정족수 미달로 자동 폐기됐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 임시국회를 열어 탄핵안이 통과될 때까지 반복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예고하면서 정치 불확실성이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 이에 따른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공포 심리가 커진 영향으로 해석된다.
정치 리스크가 장기화되며 원·달러 강세까지 악재로 겹쳤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장중 17원대 급등하며 1436원까지 상승했다. 2022년 10월 이후 최고치다. 이상범 KB증권 연구원은 "비상계엄 해제와 한국은행 유동성 무제한 공급 조치 등으로 원·달러 추가 상승이 단기적으로 진정되다가, 이후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이후 다시 상승 전환했다"며 "2차 탄핵안은 14일 표결 예정, 그리고 이후에도 매주 토요일 탄핵 추진할 것이라는 소식에 원 달러 환율이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원화 가치의 급격한 하락은 국내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요인 중 하나다.
부정적인 한국경제 전망도 요인으로 지목된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내년에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수출의존국들이 외부적 역풍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시장 전망치보다 낮은 1.8%로 제시한 바 있다.
정부가 주요 정책 과제로 추진해 온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는 진단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 2월 상장사들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의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했다. 이를 위해 세법 개정, 주주 보호 내용을 포함한 자본시장법 개정,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을 추진하고 있다. 금투세 폐지는 여야 합의를 거쳐 법안 통과만 앞둔 상황이나, 정치 리스크 장기화로 법안 통과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최근 4일간(4일~9일 종가) 대표적인 밸류업 수혜주로 꼽히는 KRX 은행은 11.17%, KRX 보험 10.88%, KRX 증권 10.23% 등 높은 하락 폭을 기록했다. 이 기간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5.47% 빠졌다.
국내 증시는 여러 리스크로 변동성이 확대되며 부진한 상황이나 다른 주요 지수들은 오히려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증권가에서는 이 같은 상황에서 매수 동력을 잃은 국내 개인투자자의 자금 이탈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비치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주가가 상승 기조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국내 증시는 정국 불안정성이 확대되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소비심리 위축, 국내 정치 리스크 확대로 인한 기업 투자 불확실성, 쏟아지는 신저가 종목 등 전반적인 전망이 부정적이다. 이처럼 국내 증시 수익률이 안 좋은 상황에서 증시 기조를 중단기적으로 끌어올릴 만한 원동력이나 모멘텀이 보이지 않는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뉴스웨이 김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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