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환율 1437원 마감···일각에선 1500원 가능성도한은 "고환율 지속→내년 물가상승률 또 2% 육박"물가 못 잡으면 통화정책 변경 불가피···한은 '고심'
9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 주간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는 전 거래일보다 17.8원 오른 1437.0원 상승에 마감했다. 이는 2022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 오전 환율은 전일 종가 대비 6.8원 오른 1426.0원에 개장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430원을 웃도는 수준에서 등락을 반복하다가 오전 장중한때 1438.3원까지 치솟았다.
시장은 정치 불확실성이 완화되기 전까지 원달러 환율이 높은 레벨에서 변동성이 확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주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환율의 하락 반전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환경"이라며 "탄핵 표결 앞두고 2차 계엄 정황 제보가 전해지는 등 정치 불안이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12월 환율 하락에 영향을 미칠만한 변수로 FOMC에서 연준이 완화적인 스탠스를 보여줄 경우, 중국 중앙경제 공작 회의로 부양 기대감이 유입돼 위안화 강세에 연동될 경우를 예상했다"면서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이 변수들이 모두 나타나더라도, 대내적인 불안 때문에 환율 하락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원·달러 환율이 일시적으로 1500원까지 뛸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노무라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내년 2·4분기에 원화가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내년 5월 말까지 원·달러 환율을 1500원 타겟으로 달러·원 롱포지션(달러 매수)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뱅크오프코리아(BoA)도 지난 7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서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 불발로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 가치가 급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한은은 이처럼 고환율 국면이 지속될 경우 올해 12월 이후 물가상승률은 다시 2%에 근접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웅 부총재보는 지난 5일 '물가 상황 점검 회의'에서 "환율 상승 영향이 반영되면 물가상승률이 다시 2%에 근접해 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수 흐름과 공공요금 조정, 기업의 제품 가격 인상 등도 변수"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물가 경로는 환율·유가 추이, 내수 흐름, 공공요금 조정 등에 영향받고, 연말·연초 기업 가격조정의 물가 파급효과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한국 물가의 바로미터인 휘발유값은 12월 첫째 주 기준 1641.9원으로 지난 10월 셋째 주부터 8주 연속 오름세다. 물가상승률 지표가 1%대까지 내렸다는 발표에도 밥상 물가도 여전히 높다. 실제 유통가에는 올해 상반기까지 뛰어오른 식품 가격이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는 수입 식품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특성상 19개월 만에 최고로 올라선 세계식량가격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우선 한은은 시장안정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지난 4일부터 비정례 RP매입을 시작해 단기유동성 공급을 확대하기로 했다. 필요시 전액공급방식의 RP매입과 채권시장과 관련해서 국고채 단순매입, 통안증권 환매를 충분한 규모로 실시할 예정이다. 외화 RP 등을 통해 외화유동성을 공급하고 환율 급변동 시 다양한안정화 조치를 적극 시행한다. 마지막으로 한은 원활한 지급결제를 위해 금융기관의 순이체한도 확대 및 담보설정이 신속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치하기로 했다.
하지만 결국 고환율 지속이 물가 상승에까지 영향을 주게 되면 한은으로선 통화정책을 수정해야 할 수밖에 없다. 물가가 불안정해지면 다시 긴축 기조를 실시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현재까지 한은은 최근 비상계엄 사태가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이나 통화정책이 미칠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입장을 유지한 상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5일 기자들과 만나 비상계엄 선포 사태가 한국의 성장률 전망에 미칠 영향은 현재로선 "없다"고 밝혔다. 금융시장에 주는 장기적인 충격도 약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계엄사태 이후인)현재 상태에서 지난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말했던 성장률 전망을 바꿀 필요까지는 없다"며 "금융시장에 주는 영향도 단기적인 정도로 그칠 것으로 보여 지난 통방에서 발표한 전망 수치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정치적 사건으로 경기 전망을 변경할 이유가 없다"며 "오히려 글로벌 가치 사슬 등 구조적 변화가 금리 결정에 있어 더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뉴스웨이 이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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