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신탁, 자본적정선 기준 미달에 대주주 지분 매각 추진신한·KB·교보도 순손실···모그룹서 긴급 수혈 받으며 버텨정부 공백에 정책지원도 난망···'신탁=안전' 공식 깨져간다
무궁화신탁이 매각 주관사로 삼정KPMG를 선정하고 대주주 지분매각절차를 진행 중이다. 오창석 회장이 보유한 무궁화신탁 지분 62.4%가 매각대상이 될 예정이다. 무궁화신탁은 2009년 신탁업 인가를 받은 업체로 수탁액 기준 부동산신탁업 6위에 올라있다.
무궁화신탁이 새 주인 찾기에 나선 것은 금융당국이 1월까지 자본건전성 부실에 대한 경영개선계획을 제출하도록 명령했기 때문이다. 무궁화신탁은 지난 8월 금감원의 검사에서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이 69%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NCR은 영업용순자본과 순부채의 비율을 나타낸 것으로 금융당국은 NCR을 150% 이상으로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경영개선요구는 권고·요구·명령의 3단계로 나뉜다. 무궁화신탁은 이중 가장 높은 단계인 명령을 받았다. 명령에는 ▲유상증자, 자회사 정리 등을 통한 자체정상화 추진 ▲합병,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로 편입, 제3자 인수 계획 수립 및 이행 ▲영업용순자본 감소행위 제한 ▲내년 5월26일까지 차입형·책준형 토지신탁 신규 영업정지 등이 포함됐다.
금융과 건설 등 유관업계에선 무궁화신탁 뿐 아니라 신탁업계 전반에 부실화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번 무궁화신탁의 부실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책준형 토지신탁'에서 다른 신탁사들도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책준형 토지신탁은 PF(프로젝트 파이낸싱)대출을 일으킬 때, 신탁사가 준공까지 책임을 지겠다는 보증을 서고 대출을 받도록 돕는 것을 말한다. 주로 대기업계열사보다 신용도가 중견‧중소건설사가 시공을 맡았거나, 분양성이 떨어지는 지방사업과 소규모 사업장에서 자금을 끌어오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다.
각 사 영업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국내 부동산신탁사 14개사의 책준 PF잔액은 약 2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규모면에선 126개 사업장에서 약 5조4600억원의 대출 잔액이 남은 신한자산신탁이 가장 많은 책준을 보유했다. 이외에 ▲KB부동산신탁 ▲하나자산신탁 ▲우리자산신탁 ▲교보자산신탁 ▲교보자산신탁 ▲무궁화신탁 ▲코리아신탁 ▲신영부동산신탁 ▲대신자산신탁 등이 1조원이 넘는 책준 잔액을 갖고 있다.
이들 상당수는 올해 3분기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신한자산신탁은 1785억722만원으로 가장 많은 순손실을 냈다. 이어 ▲교보자산신탁 1376억6289만원 ▲KB부동산신탁 861억3864만원 ▲무궁화신탁 165억4647만원 ▲코리아신탁 19억2063만원 등이 적자를 봤다.
그나마 금융지주 등 든든한 모기업을 둔 신탁사들은 긴급 수혈을 통해 재무방어에 나서는 모습이다. 신한자산신탁은 10월 모회사인 신한금융지주를 대상으로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KB부동산신탁과 우리자산신탁도 각각 1500억원과 2100억원을 모기업에서 수혈했다.
미분양 리스크는 책준형 토지신탁이 부실화된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책준형 토지신탁은 건설사들이 도산‧파산할 경우 신탁사가 모든 PF대출 상환의무를 떠안게 된다. 분양이 잘되는 곳에선 건설사가 파산하더라도 새로운 시공사를 구하면 되지만, 분양가능성이 낮거나 악성미분양(준공 후 미분양)이 발생한 지역에선 새 건설사를 구하기가 어렵다.
악성미분양은 2020년 7월 이후 4년 3개월 만의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지방에서의 악성미분양이 심각한 상태다. 전체 악성미분양(1만8307가구)의 79%가 지방에 몰려 있다.
업계에서는 계엄 및 탄핵정국으로 유동성 위기가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대규모 자금인출(뱅크런)'이 일어나 PF 만기연장이 되지 않을 경우, 모기업의 수혈을 기대하기 힘든 독립형 신탁들에게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것.
신탁업계의 신규 사업 확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그간 신탁이 맡으면 안전하다는 공식이 책준형 토지신탁의 부실로 완전히 깨지고 있다"면서 "문제가 된 책준형 토지신탁 뿐 아니라 신탁형 도시정비사업과 차입형 토지신탁 등도 자금조달과 사업운영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했다.
뉴스웨이 장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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