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일부터 '정권 퇴진 촉구 2차 파업' 유력아이오닉 9·팰리세이드·타스만 생산 차질 우려"실적 악화·대외 신인도 고려한다면 자중해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은 오는 11일부터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전면 파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11일은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 6당이 윤 대통령 탄핵 소추안을 국회 의안과에 재제출하겠다고 밝힌 날이기도 하다.
금속노조는 민주노총에서 가장 세가 큰 조직으로서 금속노조에서는 현대자동차와 기아 노조의 세력이 가장 강력하다.
이 때문에 자동차업계에서는 현대차·기아 노조의 파업 동참 여부가 관심거리다. 조합원 전체가 참여하는 전면 파업이 아닌 만큼 파업의 강도가 강하지는 않지만 작은 규모라도 파업이 강행되면 완성차 생산 차질이 빚어지고 경영 실적에도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미 현대차와 기아 노조는 지난 5일과 6일 이틀에 걸쳐 부분 파업에 나선 바 있다. 현대차 노조는 금속노조의 투쟁 지침을 준수하기 위해 지난 5일부터 이틀간 2시간씩 총 4시간 부분 파업을 강행했다.
현대차 노조는 근무 시간대별로 파업을 했는데 오전 근무자들은 정해진 퇴근 시간보다 2시간 빠른 오후 1시 30분에 퇴근하거나 민주노총 총파업 결의대회에 참석했고 오후 근무자는 예정된 출근 시간인 오후 3시 30분보다 2시간 늦게 출근하는 형태로 파업을 진행했다.
현대차는 이 파업으로 4000대 안팎의 완성차 생산 차질이 빚어졌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하루 2시간 부분 파업을 단행할 때마다 2000대 안팎의 생산 차질이 발생하는데 이번 파업도 비슷한 수준의 손실이 우려되고 있다.
기아 노조도 지난 5일과 6일 이틀간 하루 2시간씩 파업을 진행했다. 다만 파업 참여자 대상이 노조 간부로 축소되면서 실질적인 생산 차질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노조 간부들은 회사의 직원으로서 급여를 받기는 하지만 실제 생산 현장에는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앞으로의 일정이다. 지난 7일 탄핵 소추안 표결이 무산된 이후 정치적 혼란과 불확실성은 더 커졌다. 현대차·기아 노조의 직속 최상위 조직인 민주노총이 총파업 계획을 밝혔고 금속노조 역시 오는 10일 중앙집행위원회 회의를 열고 투쟁 계획을 논의한다.
현대차·기아 노조도 상위 조직인 금속노조 중앙집행위원회가 투쟁 지침을 정하면 이에 따라서 파업 계획을 결정해서 실행한다는 방침을 세운 상태다.
지난 5~6일의 파업 수준과 유사한 수준의 부분 파업이 될 가능성이 크지만 투쟁 수위가 강해진다면 회사 입장에서는 상당한 걱정거리가 될 전망이다.
현대차와 기아 노조의 이번 정치 파업은 여러 부분에서 우려되는 점이 많다. 당장 내년 초부터 출시를 앞둔 신차가 줄줄이 기다리는 상황에서 파업이 자칫 신차 마케팅의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최대의 우려 점이다.
야심 차게 차를 출시하고 판매 계획을 세웠어도 정작 차가 제대로 생산되지 못하고 차일피일 지연된다면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실망감이 커지고 크게 보면 대외적으로 브랜드 신인도가 추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지난 1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최초 공개했던 대형 전기차 아이오닉 9과 지난주 내·외관 디자인을 먼저 공개했던 팰리세이드 3세대 모델 등 2종의 신차를 내년 초 국내외 자동차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다.
기아도 1981년 브리사 픽업 단종 이후 44년 만에 처음으로 공개하는 픽업트럭 타스만의 공식 출시 시점을 내년 초로 확정한 상태이며 준중형 해치백 형태의 전기차가 될 EV4도 내년 1분기 중으로 공개 시점을 정해놨다.
특히 아이오닉 9과 타스만은 해외 시장에서의 관심이 큰 만큼 원활한 국내 공장 가동 여부가 판매 성과의 방향을 결정할 변수가 된다. 아이오닉 9는 현지 생산을 결정한 북미 판매분을 제외한 전 제품을 아산공장에서 만들고 타스만은 오토랜드 화성에서 전량 생산한다.
신차 외에도 꾸준히 국내외 시장에서 사랑받는 차종의 생산 차질도 피할 수 없는 문제다. 국내 자동차 시장의 월간 판매 순위 최상위권에 올라 있는 기아 쏘렌토, 현대차 싼타페 등 인기 차종의 생산이 원활하지 못하면 안 그래도 긴 출고 대기 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
무엇보다 수출 차종의 생산이 차질을 빚으면 해외 시장에서 현대차·기아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가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계약한 차가 제때 시장에 도착하지 않는 상황에서 무작정 기다려줄 수 있는 소비자들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울산공장에서 전향 생산되는 3세대 팰리세이드 역시 생산 속도가 늦으면 늦을수록 고객들의 출고 대기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 과거 팰리세이드는 구매 계약 후 10~11개월 정도를 대기해야 차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대기가 길었다.
무엇보다 생산 차질이 손실로 이어지면 근로자들이 받게 될 금전적 손해도 커질 수 있다. 앞서 두 회사 노조는 경영실적 경신을 기념해 거액의 가욋돈을 나란히 받았다. 그러나 손실이 발생해 경영실적 경신이 무산된다면 가욋돈에 대한 희망은 사라질지도 모른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수출의 비중이 높은 자동차 업계 특성상 국내 공장 노조의 파업은 여러모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며 "회사의 실적 악화와 대외 신인도 하락 등 여러 문제를 고려할 때 노조가 파업을 재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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