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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와신상담' 제일약품, 신약으로 반등할까?

유통·바이오 제약·바이오

'와신상담' 제일약품, 신약으로 반등할까?

등록 2024.12.09 16:27

이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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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상품 의존도 74%로 영업이익률 1% 미만신약 개발 투자로 수익 다각화 나서자회사 상장 통해 재무 건전성 개선 노려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제일약품이 연구개발(R&D) 성과 확대를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약개발 자회사 상장을 통한 체질 개선도 노린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제일약품의 신약개발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이날부터 10일까지 이틀간 일반주주 대상 청약을 진행한다. 상장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다.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3일까지 진행한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는 842개 기관이 참여해 198.9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수요예측에 따른 공모가는 1만3000원이다.

온코닉테라퓨틱스는 국산신약 37호 '자큐보'를 보유한 기업이다. 지난 2020년 제일약품 자회사로 출범했고 올해 4월 P-CAB(칼륨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 계열 소화성 위궤양치료제 자큐보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허가를 받았다.

이번 코스닥 상장은 신약 개발 성과 확대를 위한 자금조달과 더불어 제일약품의 재무 건전성 개선이 목표라는 분석이다. 제일약품은 지난해 연간 매출 7000억원대 제약사로 지난해 상장 제약·바이오기업 중 매출 기준 13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거대한 외형과 달리 도입 상품 의존도가 높아 취약한 수익성 구조를 가졌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높은 도입상품 비중, 수익성 발목 잡아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제일약품의 주력 품목은 화이자의 고지혈증 치료제 '리피토', 말초신경병성 치료제 '리리카', 신경병성통증 치료제 '뉴론틴' 등이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전체 의약품 매출에서 이들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48.4%에 달한다. 모두 비아트리스코리아와 공동판매하고 있는 도입상품이다.

비아트리스는 화이자 자회사 업존(Upjohn) 사업부문과 마일란(Mylan) 간 기업 결합을 통해 탄생한 기업으로 이에 따라 지난 2020년 한국화이자업존은 화이자 그룹에서 비아트리스 그룹 소속으로 변경됐다. 제일약품은 이후 한국화이자제약과 맺었던 계약을 승계한 비아트리스코리아와 함께 여러 주요 품목을 공동판매하고 있다.

문제는 도입상품 특성상 높은 매출원가율 탓에 수익을 내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도입상품은 제약사가 자체 제조하지 않고 다른 제약사(글로벌 빅파마 등)에서 도입해 대신 판매하는 의약품을 말한다. 제일약품은 지난해 기준 상품매출 비중이 74.3%로 매출액 대부분을 도입상품이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 7000억원을 넘겼지만, 영업이익은 65억원에 그치는 등 낮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원인이다.

특히 이 중에서도 매출의 절반가량을 화이자 상품이 책임지고 있어 비아트리스코리아와 불합리한 계약을 맺기도 했다. 비아트리스는 현재 제일약품과 공동 판매계약을 맺으며 판매대금 미이체 상황을 대비해 제일약품 본사 사옥을 담보로 설정한 상태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사옥 소유자는 지주사인 제일파마홀딩스로, 담보가액은 400억원에 달한다.

이는 글로벌 제약사에서 들여온 도입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다른 국내 제약사에서도 찾기 힘든 다소 무리한 담보 설정 사례로, 화이자 상품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큰 제일약품이 과거에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맺은 계약이라는 게 업계 평이다. 비아트리스가 주력 품목에 대한 판매계약을 종료하면 매출 공백이 생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취약한 매출 구조 탓에 제일약품은 최근 몇 년 간 불안정한 수익을 내고 있다. 지난 2021년부터 2022년까지 2년 연속 적자를 내다가 지난해 가까스로 흑자전환 했지만,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손익이 다시 손실 전환하며 연간 적자 전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제일약품은 올 3분기 누적 매출 5180억원, 영업손실 213억원, 당기순손실 36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 영업이익(103억원), 당기순이익(7억원)과 비교하면 모두 손실 전환했다. 3분기 누적 총 차입금도 712억원으로 전분기(648억원) 대비 늘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주요 상품인 리피토, 리리카, 쎄레브렉스 캡슐의 매출 감소와 수탁실험 부문 부진으로 제품인 로제듀오 매출 반영에도 매출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축소됐다"면서 "원가율 상승과 제세공과, 지급수수료 등 판관비 부담 가중으로 전년동기대비 영업이익 적자전환, 기타수지 개선에도 대규모 파생상품금융부채평가손실 발생과 법인세 부담으로 순손실 전환했다"고 분석했다.

제일약품의 3분기 누적 판관비는 1471억원으로 전년 동기(174억원) 대비 13.4% 증가했다. 지난해 3억원이었던 제세공과항목이 올해 191억원 가량 급증한 194억원을 기록했고, 지급수수료도 254억원에서 274억원으로 증가했다.

주요 품목 매출을 살펴보면 리피토 매출은 지난해 1315억원에서 1228억원으로 감소했다. 쎄레브렉스 캡슐은 369억원에서 295억원으로, 급성 위염 치료제 넥실렌은 70억원에서 62억원으로 하락했다.

제일약품 관계자는 "3분기는 신약 출시 등에 따른 판관비 영향이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 리베이트 혐의가 발각되며 악재도 추가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제일약품이 지난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자사 의약품 처방을 유도하기 위해 병·의원 의료진에게 골프 접대와 숙박비, 식사 등 약 2억5000만원 상당의 부당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했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제일약품은 불법 자금 출처를 감추기 위해 추적이 어려운 '상품권깡' 수법을 이용했다. 법인카드로 구매한 상품권을 사설 매입업체에 판매해 현금으로 교환하고, 해당 자금을 불법 리베이트에 이용한 것이다. 이에 공정위는 과징금 3억원을 부과했다.

신약 연구개발 확대로 수익성 개선


수익성 개선을 위해 자체 신약개발에 나서 품목허가 등 성과를 거뒀으나 아직 출시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아 회사 실적에는 반영되지 않은 상태다. 그간 신약개발 자회사에 큰 비용을 쏟아 일부 기술이전 계약을 제외하면 실적 개선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제일약품 측은 4분기 수익성 강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입장이다. 신약 자큐보에 대한 적응증 확대와 제형 추가도 속도를 높인다.

제일약품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가 개발한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자큐보정(성분명 자스타프라잔 시트르산염)'은 지난 10월 1일 국내 시장에 출시됐다. 제일약품이 창사 65년 만에 자체 개발한 첫 신약이다. 국내 영업·마케팅을 위해 동아에스티와 공동 판매 계약을 체결하고, 주요 소화기학회와 국제학술대회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제품 정보와 최신 학술 정보 제공에 나서고 있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소화성궤양용제 시장은 지난해 기준 약 1조3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P-CAB 계열 치료제 시장 규모는 2176억원 수준으로 PPI 계열 치료제에 밀리지만, 개별 품목은 P-CAB가 치고 나가는 형국이다. 지난해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한 소화성궤양 치료제는 P-CAB 계열 약물인 HK이노엔 '케이캡'으로 약 1500억원대 원외처방 매출을 올렸다. 점유율 2위 제품 역시 P-CAB 계열 약물인 대웅제약 '펙수클루'로, 지난해 약 535억원의 원외처방 매출을 올렸다. 자큐보는 급여 출시 첫달 5억3600만원의 원외처방액을 올렸는데, 회사는 올해 자큐보 매출을 96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자회사 증권보고서에 따르면 자큐보의 올해 매출은 96억원으로 전망되며, 내년 162억원, 2026년 401억원, 2027년 577억원 등 매출을 내다보고 있다. 이 가운데 올해 국내 추정 매출은 49억원, 내년 75억원, 2026년 274억원이다.

자큐보가 보유한 적응증은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의 치료' 1개뿐이다. 경쟁약품인 케이캡이 5개 적응증을 가진 것과 비교하면 단일 적응증으로 공략 가능한 환자가 제한적이다.

회사에 따르면 자큐보는 현재 '위궤양의 치료'와 'NSAIDs 유도성 소화성궤양 예방요법'과 관련한 적응증 추가를 준비 중이다. 위궤양 관련 적응증 허가 신청은 내년 1월 이뤄질 예정이고, NSAIDs 유도성 소화성궤양 예방요법 관련해서는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제형 추가를 위해 신청한 1상 임상시험계획도 지난 4일 승인됐다. 구강붕해정 제형에 대한 약동학과 안정성 비교평가를 통해 제형 다양화를 노린다. 현재 P-CAB 신약 중 구강붕해정 제형을 지닌 건 케이캡이 유일하다. 케이캡 매출 중 구강붕해정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5%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위식도질환 처방시장이 연평균(2022~2027) 25.7% 성장을 전망하는 가운데, 올해 10월 1일부터 '자큐보' 제품을 출시했다"면서 "적응증 확대를 위해 '위궤양 치료제' 적응증에 대한 신약품목허가 최종승인을 2025년 목표로 하고 있어 긍정적"이라고 했다.

이어 "현재 중화권(중국, 대만, 마카오, 홍콩), 인도, 멕시코 등 글로벌 19개국에 대해 기술이전 계약을 완료하고 동남아, 미국, 유럽 등에 대해 추가 기술이전 계약 체결을 추진 중"이라며 "22조원 규모의 글로벌 소화성 궤양 시장이 타겟 시장"이라고 말했다.

온코닉테라퓨틱스 상장이 완료되면 재무 건전성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지난 2021년과 2022년 각각 83억원, 14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기술이전 계약 체결 효과로 영업이익 22억원을 기록했지만,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매출 60억원, 영업손실 61억원으로 다시 적자 전환했다.

온코닉테라퓨틱스에 쏟는 신약개발 비용 확대도 제일약품 수익성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 2022년 제일약품의 R&D 비용은 487억원으로 2020년 243억원보다 2배 이상 확대됐다. 지난해에는 491억원으로 역대 최대치였고,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용 비중도 6.76%를 기록했다. 올해 3분기에는 누적 연구개발비 313억원으로, 연구개발 비중이 6.05%로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발생 매출에 비해 연구개발비가 높은 신약개발 회사 특성상 상장 후 온코닉테라퓨틱스와 제일약품 실적이 분리되면 제일약품의 재무건전성도 개선될 거란 분석이다.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자큐보 상업화를 통해 매출이 발생하고 있지만, 이미 항암제 등 다음 파이프라인에 대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어 당분간 큰 흑자를 내기 어려워서다.

김존 온코닉테라퓨틱스 대표는 지난 2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IPO(기업공개) 기자간담회에서 "자큐보의 상업화를 이루었기 때문에 다른 기업과 달리 외부 투자 자금이 아닌 실질적 매출을 신약 R&D에 사용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갖고 있어 다른 바이오 기업과 차별화 된다"면서 "항암 신약인 '네수파립'이 미국 식품의약국과 식약처에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된 만큼 임상 2상 종료 후 조건부 승인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회사의 제2호 신약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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