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후폭풍에 탄핵' 덮친 韓 경제, 불확실성↑"경제 위한 정치 프로세스 조속히 안착해야"대한상의 한경협 등, 침묵 지키며 눈치만 봐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8일 '한국경제 수정전망'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내년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1.7%로 내다봤다. 기획재정부가 밝힌 잠재성장률(2.0%)보다 낮고 기존 예상치보다 0.5%포인트(p) 줄인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내수경기 위축, 수출 증가세 둔화 등을 성장률 저하의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지난해 한국의 GDP 성장률은 1.4%다. 오일쇼크,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사태 등을 제외한 기간 중 최저치를 나타냈다. 또 올해 3분기 GDP 성장률은 0.1%로 8월 전망치(0.5%)보다도 낮았다. 이 기간 수출은 0.4% 감소했는데 수출이 전 분기보다 줄어든 건 2022년 4분기(-3.7%)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각종 경제 지표에 빨간불이 들어온 가운데 계엄령 이후 탄핵 정국까지 겹치면서 외신들은 우리 경제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블룸버그는 "한국이 정치적 혼란에 빠지면서 주식 시장은 AI(인공지능) 영광을 누리고 있는 대만에 더욱 뒤처질 위기"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는 "계엄령 선포로 이미 성장 둔화와 미국 무역 정책 변화에 시달리고 있던 한국경제에 또 다른 우려를 주었다"고 보도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경제 불안을 초래하기에 경제에 미치는 효과를 고려해서라도 경제 안정을 위한 정치적 프로세스를 조속히 안착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경제는 트럼프 행정부 2기에 연착륙할 수 있을지, 계엄령이 미치는 요소를 해소할 수 있는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이를 해결해야만 원/달러가 안정화 될 것이고 대기업들이 내년도 사업 계획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 경제가 탄핵 정국에 휘말리면서 이미 찬물이 끼얹져진 기업 경기가 더 차갑게 식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앞서 한은은 기업경기조사 결과 11월 기업심리지수(CBSI)는 전월보다 2.0p 하락한 90.6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0월(90.5) 이후 1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또 지난 3일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대기업 10곳 중 7곳은 내년도 투자계획이 없거나 아직 수립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글로벌 신용 평가사들이 한국의 신용도를 내리게 된다면 기업들은 주식이나 사채 등을 발행해 자본비용을 조달할 때 불리할 수 있으며 마케팅 측면에서도 경영 활동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래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상당히 떨어졌다는 면에서 기업으로선 내년도 전략 수립에 상당한 애로를 느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 리스크가 경제까지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기업을 대표하는 경제단체들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더불어민주당과의 상법 개정 정책 토론회 행사를 취소하고 한국경제인협회는 이주 한경협 및 유관기관 보도계획도 밝히지 않는 등 몸을 사리고 있다. 국내 경제기관단체 관계자는 "정치적 이슈가 엮여다 보니 입장을 내기 어렵다"며 "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야당이 예산을 정치적 도구로 수단화하고 있는 것은 상당한 문제이며 기업과 경제를 망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제단체로선 정치에 관여한다는 부담감에 메시지를 내기는 조금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정치권이 기업 경영 활동에 제약을 주거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는 점에 대해 경제단체가 언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김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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