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유명 건축사 손잡고 설계···삼 "특허설계" vs 현 "곡선설계" 금융조건도 경쟁···삼 "집값 150% 대출" vs 현 "초 저리조달"공약 실현가능성 논란도···'묻지마, 따고 보자' 전략?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최근 한남4구역 제안 관련 언론홍보자료를 수시로 배포하면서 홍보전에 힘을 쏟고 있다. 최대한 제안서의 내용을 부각해 조합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두 업체가 홍보전에 열을 올리는 것은 한남4구역이 다른 사업지에 비해 폭넓은 홍보를 허용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조합은 합동설명회와 건설사의 홍보관 안에서만 홍보활동을 허용한다. 반면 한남4구역은 조합원 개개인이 시공사에게 궁금한 사항을 직접 질의한 경우 이에 대한 답변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시공사 입찰 공고가 이뤄지면 조합은 3개월 이내에서 홍보기간과 장소를 정해 시공사들의 사전홍보를 허용할 수 있다. 한남4구역의 홍보기간은 입찰을 마감한 11월 18일부터 시공사 선정 총회인 1월18일까지 2달여다.
누가 더 특이하나···해외 건축사 협업해 설계 대결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모두 해외 유명 건축사사무소와 손을 잡았다. 현대건설은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를 설계한 자하 하디드 아키텍츠와 협업했다. 삼성물산은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 박물관과 네덜란드 뫼비우스 하우스 등을 설계한 유엔스튜디오와 함께 설계를 진행했다. 조경에서도 두바이 부르즈할리파와 미국 디즈니랜드의 조경을 기획한 'SWA'를 섭외했다.
현대건설의 설계는 곡선형 알루미늄 패널 8만8000장을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한강의 물결을 모티브로 한 곡선형 스카이브릿지와 커튼월룩으로 특색 있는 단지를 만들겠다는 의도다. 곡선을 강조했던 '자하 하디드'의 설계철학을 담았다는 설명이다.
구조에서는 높은 층고와 너른 창호를 강조했다. 천장고 높이는 다른 일반적인 아파트보다 40cm 높은 2.7m로 적용할 계획이다. 창호 높이도 벽면을 거의 꽉 채운 2.5m로 설계했다. 일반적인 아파트의 창호 높이는 1~1.5m다.
삼성물산은 특허까지 출원한 독특한 모양의 주동배치를 제안했다. 전면에 4개의 원형타워 주동을 배치한 것이 특징이다. 나머지 주동도 X자, L자 등으로 배치해 조망을 끌어올리고 외부에서 바라본 도시경관도 강화했다는 설명이다. 조경은 주동배치와 설계에 맞춰 지상의 45%를 크고 작은 정원으로 꾸밀 예정이다.
평면구조에선 벽체의 위치를 사용자가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가변형벽체'를 제안했다. 뼈대를 만들고 안을 자유롭게 채우는 '인필식구조'를 기반으로 한 삼성물산의 '넥스트홈'을 적용하겠다는 것.
금융조건도 대결···삼성 "많이 해줄게" vs 현대 "싸게 해줄게"
양사는 금융조건을 두고도 경쟁적인 제안을 내놨다. 조달액수 면에선 삼성물산이, 금융조건에선 현대건설이 더 앞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물산은 법적으로 보장되는 LTV 50% 수준의 세 배에 달하는 이주비 대출과 분담금 납부시기 유예를 내걸었다. 이주비는 최소 12억원을 조건으로 집값의 150%까지 대출해주겠다고 제안했다. 집값의 150%가 12억원이 안 되면 추가로 대출을 해준다는 의미다. 분담금은 입주 후 4년까지 유예해주는 조건이다.
현대건설은 자금조달 금리를 극단적으로 낮추겠다고 제안했다. 가산금리를 0.1%p로 적용하겠다고 제안했다. 가령 시중금리가 3%인 경우에 3.1%의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것이다. 경쟁사인 삼성물산은 0.78%p의 가산금리를 제안했다.
공사비는 현대건설이 약 1조4855억원으로 삼성물산(약 1조5695억원)보다 840억원가량 저렴하게 책정했다.
실현 가능성 두고 설왕설래···수주 후 말 바뀔 우려도
다만 양사의 파격 제안을 두고 일각에선 공약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도 제기된다. 시공사 선정 후 맺는 공사계약 과정이나 착공을 앞두고 진행되는 증액협상에서 제안서의 내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거나 바뀔 수도 있다는 것.
삼성물산의 이주비 대출 제안은 이자 부담을 조합원이 안아야 하는 것이 걸림돌이다. 만약 12억원을 대출받을 경우, 매월 약 420만원의 이자가 발생한다. 원형타워나 X형 주동배치도 일부 가구가 남향이 아닌 북향이 될 수밖에 없는 문제가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이주비 대출에선 대체주택 구입용으로 쓸 수 없는 약정사항을 두는 경우가 많다"면서 "그러면 이주비를 전세나 월세로만 활용해야 하는데 매월 몇백만원의 이자 부담을 지면서 받을 가치가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현대건설은 가산금리 조건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현재 주택금융공사(HUG)를 통한 보증부 대출금리의 가산금리는 150~180bps(1.5~1.8%p) 수준이다. 이는 공공기관으로써 신용등급이 'AAA'인 HUG의 보증 덕분에 가능하다. 신용등급이 'AA-'인 현대건설이 0.1%의 가산금리로 자금을 조달하려면, 실제 금융권에서 책정한 금리조건과의 차이만큼 발생할 이자비용을 현대건설이 부담해야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대건설이 제안한 가산금리 조건은 바로 옆 한남3구역과도 2%p이상 차이가 난다"면서 "만약 이대로 약속을 지키게 되면 현대건설에겐 재무적으로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수주전이 과열되면서 관할 관청인 용산구와 서울시도 두 업체의 활동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조합도 과열 홍보전으로 시공사 선정 절차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을 경계하는 눈치다. 한남4구역 조합원 A씨는 "조합원 단톡방 등에서 개별 접촉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다"면서 "홍보관이 지어지면 관련 논란이 잦아들지 않겠나"고 했다.
한편 한남4구역은 서울 용산구 보광동 360번지 일대 16만258㎡를 재개발하는 단지다. 재개발 후엔 지하 4층~지상 23층, 2331가구 규모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시공사 입찰에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참여했다. 삼성물산은 단지명 '래미안 글로우 힐즈 한남'을 제안했다. 현대건설이 제안한 단지명은 '디에이치 한강'이다.
뉴스웨이 장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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