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의문 투성이' 꼬리표 뗀 비트코인, 이젠 어엿한 대체자산

증권 블록체인 2023 암호화폐 결산

'의문 투성이' 꼬리표 뗀 비트코인, 이젠 어엿한 대체자산

등록 2023.12.29 09:34

정백현

  기자

3월 SVB 파산 계기로 '암호화폐 빙하기' 막 내려'현물 ETF' 출시 기대감에 비트코인 하반기 폭등美 SEC, 암호화폐 기업과 소송 연패에 체면 구겨정상서 무너진 SBF·자오 창펑, 나란히 뒤안길로

'의문 투성이' 꼬리표 뗀 비트코인, 이젠 어엿한 대체자산 기사의 사진

암호화폐가 지구상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 매해 시장 안팎이 다사다난했지만 2023년만큼 암호화폐 시장이 의미 있는 변화를 겪은 해는 없었다. 고무적인 부분은 올해 등장했던 대부분의 이슈가 시장의 발전을 예견할 만한 긍정적 행보였다는 점이다.

시장의 기준점이 되는 비트코인은 안팎의 의문부호를 떨쳐내고 대체자산으로서의 가치를 서서히 인정받고 있다. 특히 하반기에는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출시에 대한 기대감 덕에 기록적 상승세를 이어가며 연초보다 150% 이상 가격이 올랐다.

의미 있는 성장을 기록한 비트코인과 함께 알트코인 시장에도 올해 훈풍이 불었다. 이더리움도 연초 대비 90%의 상승세를 기록하며 알트코인 시장의 상승세를 견인했다. 다만 비트코인보다는 성장세가 다소 더딘 분위기였다. 올해는 주춤했지만 새해에는 알트코인의 상승세가 비트코인의 상승세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 여건의 변화도 시작됐다. 지난 6월 암호화폐 거래소 이용자 보호 목적의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가상자산법)'이 국회 문턱을 넘어서면서 암호화폐 거래가 제도권 금융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이 마련됐다.

'의문 투성이' 꼬리표 뗀 비트코인, 이젠 어엿한 대체자산 기사의 사진

◇'암호화폐 빙하기' 깬 전통금융의 불안 = 올해 1월 초만 해도 암호화폐 시장은 빙하기 그 자체였다. 지난해 11월 샘 뱅크먼 프리드가 창립했던 초대형 암호화폐 거래소 'FTX'가 파산하면서 우울한 절망감이 시장 전반을 지배했다.

좀처럼 훈훈해지지 않던 암호화폐 시장에 따뜻한 바람이 분 것은 올해 3월이었다. 미국 실리콘밸리뱅크 등 글로벌 은행들의 연이은 파산 여파로 전통금융 시장에 대한 불안과 불신이 깊어졌고 이는 반대로 비트코인에 대한 신뢰도를 올리는 효과를 낳았다.

그동안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여러 측면에서 의문점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글로벌 은행들의 파산을 계기로 비트코인이 안정적인 대체 투자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기 시작했고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은 다시 늘어났다.

올해 초 1만7000달러대 초반에서 2023년 거래를 시작했던 비트코인은 글로벌 은행 줄파산 사태 직후인 3월 중순 2만8000달러선으로 올라왔고 4월에는 3만달러선을 넘어섰다. 비트코인 가격이 3만달러선을 회복한 것은 지난해 6월 이후 10개월여 만의 일이었다.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연준 비둘기파가 땐 군불, 불쏘시개 된 '현물 ETF' = 한여름의 비트코인 시장은 다시 휴지기로 진입했으나 가을이 되자 다시 뜨겁게 달아올랐다. 발단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행보였다.

연준은 연신 비둘기파적 행보를 이어갔다. 미국의 경제지표가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내면서 세 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동결시켰고 새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였다. 금리가 내려가면 긍정적 투자 심리가 확산되기 때문에 자산시장에는 호재가 될 수 있다.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암호화폐 시장 전반을 달굴 만한 '군불때기' 였다면 비트코인을 핵심 추종 자산으로 하는 현물 ETF의 승인 기대감은 그야말로 '불쏘시개'가 됐다.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관련 기대감이 효시는 암호화폐 자산운용사 그레이스케일의 승소였다.

그레이스케일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를 상대로 비트코인 현물 ETF 전환 관련 소송을 벌였는데 지난 8월 30일 그레이스케일이 이겼다.

당시 미국 연방 법원은 SEC가 지난 2021년 승인한 비트코인 선물 ETF의 추종 지수인 시카고상품거래소 내 비트코인 선물 가격과 비트코인 현물 간 상관관계가 99.9%에 달하는 점을 지적하며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을 거절할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판결했다.

해당 판결 직후 비트코인도 ETF를 통해 금융 상품으로 거래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본격적으로 커지며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했다. SEC는 10월 13일 항소를 포기하며 그레이스케일과의 법정 공방에서 패배했음을 인정했다.

이후 SEC는 그레이스케일과 블랙록 등 승인 신청서를 낸 자산운용사들과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관련 협상을 이어갔고 12월 말에는 막바지 조율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로서는 새해 초인 1월 10일 즈음에 첫 번째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에 대한 기대감은 비트코인 가격을 단숨에 4만4000달러선까지 끌어올렸다. 업비트 기준으로는 6000만원선을 뛰어넘었는데 이는 지난 2021년 이후 2년여 만의 일이다.

그동안 암호화폐 투자를 주저했던 기관투자자들이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후 본격적으로 암호화폐 투자에 임하고 개인투자자들도 기성세대를 중심으로 투자에 나서는 등 비트코인이 어엿한 금융 상품으로서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연말 암호화폐 시장의 대세다.

◇SEC, 암호화폐 기업과 소송전서 연전연패 = SEC는 그레이스케일과의 소송전 외에도 리플과의 소송에서도 지며 미국 금융시장 총괄 당국으로서의 체면을 제대로 구겼다.

SEC는 리플과 3년여간 벌여온 법정 공방에서 패했다. SEC는 지난 7월 리플을 상대로 벌였던 소송의 약식 판결을 통해 "리플(XRP)의 2차 시장 판매는 증권이 아니다"라는 선고를 받으며 사실상 패소했다.

암호화폐 기업을 상대로 벌인 법정 공방에서 패배한 SEC의 상황을 두고 암호화폐업계 안팎에서는 SEC의 권위가 상당 부분 실추될 것이라는 분석을 하기도 했다.

'의문 투성이' 꼬리표 뗀 비트코인, 이젠 어엿한 대체자산 기사의 사진

◇단죄 받은 샘 뱅크먼 프리드···정점서 무너진 자오 창펑 = FTX 파산 사태의 장본인인 샘 뱅크먼 프리드는 사기와 횡령에 대한 혐의에 대해 단죄를 받았다. 공교롭게도 1년 전 샘 뱅크먼 프리드를 정상의 자리에서 떨어뜨렸던 자오 창펑 바이낸스 창립자도 올해 무너졌다.

샘 뱅크먼 프리드는 사기, 자금 세탁, 횡령 등 총 7가지 혐의가 적용됐는데 이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됐다. 미국 뉴욕남부지방법원 1심 배심원단은 지난 11월 열린 마지막 재판에서 샘 뱅크먼 프리드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유죄로 인정된 죄들의 최고 형량을 합치면 징역 115년형이 완성된다. 미국의 사법제도는 복수 혐의가 있을 경우 죄목별 형량을 모두 합산해서 선고하는 병과주의를 택하고 있기 때문에 한 사람에게 100년 이상의 중형을 선고할 수 있다. 사실상의 무기징역인 셈이다.

샘 뱅크먼 프리드의 사기·횡령 사건에 대한 최종 선고일은 내년 3월 28일이다. 그 전까지 샘 뱅크먼 프리드의 구속은 유효하기 때문에 구치소에서 최종 판결을 기다리게 됐다.

샘 뱅크먼 프리드가 100년이 넘는 감옥살이를 살도록 만든 사람 중 한 명은 자오 창펑 바이낸스 창립자다. 자오 창펑은 지난해 11월 "장부에 남아있는 FTT 코인을 모두 처분하겠다"는 트윗을 남기며 샘 뱅크먼 프리드를 추락시켰다.

공교롭게도 1년이 지난 올해 11월 자오 창펑도 정상의 자리에서 무너졌다. 지난 11월 21일 미국 재무부와 법무부는 21일 바이낸스가 은행보안법과 국제비상경제권법 등을 위반한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바이낸스는 43억달러(한화 약 5조5000억원) 상당의 벌금을 미국 정부에 납부하기로 합의했는데 이는 단일 기업이 미국 정부에 낸 역대 최고 규모의 벌금이었다.

아울러 바이낸스는 실정법 위반에 대한 책임 차원에서 미국 내 사업을 중단하기로 했고 자오 창펑 CEO 역시 그동안 맡았던 모든 직위를 내려놨다. 자오 창펑은 아랍에미리트로의 이주를 희망했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벼랑에 몰리게 됐다.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ad

댓글

광고영역
광고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