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환경 적응업’ 평소 소신“신세대가 회사 이끌어라” 주문차남 김남정 부회장 체제로 운영
김 회장은 16일 오전 경기 이천의 동원리더스아카데미에서 열린 ‘동원그룹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전격 퇴진을 선언했다. 1969년 동원산업을 창업하고 회사를 이끌어 온지 50년 만이다.
김 회장은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을 이끌어 온 1세대 창업주다. 창립 50주년을 앞두고 창업 세대로서 소임을 다했으며, 후배들이 마음껏 일할 수 있도록 물러서야 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동원의 변화와 혁신 위해 과감한 결단 = 이번 퇴진은 평소 ‘기업은 환경적응업’이라는 김 회장의 소신이 뚜렷하게 반영된 결정이다. 김 회장은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다. 특히 새로운 세대가 동원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야 한다고 판단한 것.
김 회장은 “오늘날의 급격한 변화는 과거를 자랑하고 있을 여유가 없으며, 기업 경영은 언제나 새로운 도전을 받고 이겨내야 한다”며 “4차 산업혁명이다, 인공지능이다 새 바람이 불어오고 있지만 동원이 가진 잠재력과 협동정신이 발휘되면 능히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동원의 창업정신은 ‘성실한 기업 활동으로 사회정의의 실현’이었고, 기업 비전은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사회필요기업’”이라며 “앞으로도 이 다짐을 잊지 말고 정도(正道)로 가는 것이 승자의 길이라는 것을 늘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의 역량을 믿고 회장에서 물러서서 활약상을 지켜보며 응원하고자 한다”며 “역량을 십분 발휘해 더욱 찬란한 동원의 새 역사를 써달라”고 주문했다.
김 회장은 회장직에서 물러나지만 그간 쌓아온 경륜을 살려 그룹 경영에도 조언을 아끼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재계 원로로서 한국 사회를 위해 기여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김 회장은 “그간 하지 못했던 일, 사회에 기여하고 봉사하는 일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닻 올린 김남정號, 2세경영 본격화 = 김 회장 퇴진 이후 동원그룹은 차남인 김남정 부회장 체제로 운영된다.
김 부회장은 1996년 동원산업에 입사해 영업사원을 거쳐 동원F&B 마케팅전략팀장, 동원산업 경영지원실장, 동원시스템즈 경영지원 실장 및 건설부문 본부장을 두루 거쳤다.
특히 2013년 부회장에 올라 경영 일선에 나서면서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추진한 것으로 유명하다. 김 부회장은 이 같은 외형확장과 더불어 수산, 식품, 종합포장재, 물류 등 4대 축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영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 회장은 지난 2004년 계열분리 과정에서 장남인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부회장에게는 금융을, 차남인 김남정 부회장에게는 식품 부문을 맡기면서 동원그룹의 후계구도를 차남 중심으로 짰다. 당시 30대 초반이었던 김 부회장은 동원엔터프라이즈 지분 67.2%를 보유하면서 후계자 자리를 보장 받았다.
동원그룹은 지주회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가 동원F&B(71.25%), 동원산업(59.24%), 동원시스템즈(80.39%) 등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김 부회장은 동원엔터프라이즈 지분 67.98%를 갖고 있다. 김 회장의 지분율 24.50%를 크게 앞지른다.
다만 김 회장은 경영권을 바로 넘겨주기 보다 현장 중심의 생활을 익히게 하면서 철저히 승계 작업을 밟아왔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마음과 말을 이해할 수 있다는 원칙 때문이었다.
김 회장은 장남인 김남구 부회장이 대학을 마치자 곧바로 북태평양 명태잡이 어선을 약 6개월 정도 태웠다. 김남정 부회장은 입사 후 창원의 참치캔 제조공장에서 생산직과 청량리지역 영업사원 등 가장 바쁜 현장부터 경험하도록 했다. 두 아들 모두 현장을 두루 경험한 후 11년이 넘어 임원으로 승진했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지주회사인 엔터프라이즈가 그룹 의 전략과 방향을 잡고 각 계열사는 전문경영인 중심으로 독립경영을 하는 기존 경영에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웨이 천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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